[증권]힘빠진 증시 '투기꾼 활개'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주식시장의 기력이 약해지자 이때다 싶게 투기꾼들이 준동하고 있다.

5일 거래소에서는 대우중공업 등 관리종목과 우선주 등 약세장 틈새주, 금광 보물선주 등 대박주들이 일제히 기염을 토했다.

2일 엄청난 사자 주문으로 주가가 50%나 올랐던 대우중공업 주식에는 5일 동시호가 때 또다시 폭발적인 매수세가 몰려 결국 개장과 동시에 거래가 정지되는 사고가 빚어졌다. 주문 폭주를 이유로 특정종목의 거래가 중지된 것은 국내증시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동시호가 때 대우중공업 주식을 20원에 ‘사겠다’ 또는 ‘팔겠자’는 주문은 자그마치 6만9000여건이나 됐다. 증권거래소 체결시스템상 종목당 단일가격 체결용량은 5만건. 이 주식의 거래를 일일이 체결시켜주다 보면 다른 종목들의 거래체결이 늦춰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거래소측은 이에 따라 9시 12분경 대우중공업 주식에 대한 거래중지 공시를 내고 그 이전에 들어온 주문만 체결시켜줬다. 대우중공업은 결국 전날 종가 15원에서 5원(33%)오른 20원으로 개장 1시간여만에 거래를 끝냈다.

매수총잔량은 상한가매수잔량 7억7000만여주를 비롯해 8억2000만여주로 2일에 이어 사상 최고치. 거래중지 직전 매수총잔량은 한때 9억8000만주에 달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6일 이후에도 호가 건수가 5만건을 넘어서면 5일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정지시키고 그때까지 들어온 주문에 대해서만 거래를 체결시키기로 했다.

대우중공업 주식에서 뜻을 못 이룬 투기꾼들은 이번엔 대박주로 몰려갔다. 보물선주인 동아건설과 ‘금광주’인 현대상사, 영풍산업에는 직전 평균거래량의 5∼10배에 달하는 거래량이 몰렸다. 세 종목의 거래량은 4500만여주로 거래소 전체거래량 3억5000만여주의 13%에 달했다. 현대상사와 동아건설은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기꾼들의 화살은 관리종목과 우선주에도 날아들었다. 지수급락 속에서도 거래소에선 35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이중 관리종목과 우선주가 27개나 됐다.

증시전문가들은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만을 보고 ‘지금 사면 좀 있다 누군가 다시 사주겠거니’하고 폭탄돌리기에 뛰어들거나 수천∼수만분의 1의 확률에 돈을 맡기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현재 순자산이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이고 올10월말이면 없어지는 회사라서 해당주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대우증권 이종승차장은 전에도 청산을 앞둔 회사의 주식이 투기적으로 거래된 적이 있었으나 결국 뒤늦게 들어간 순진한 투자자들만 상투를 잡고 말았다”며 “특별한 재료도 없어 일부 투자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요행을 바라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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