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오늘의전망] 주가 상승을 못따라오는 펀더멘털

  • 입력 2001년 2월 2일 08시 09분


'현대건설 8600억원, 현대석유화학 1150억원, 수출신용장 격감, 최근 4개월간 재고 9.6%증가'.

2일 주요 일간지의 1면과 경제면을 장식한 기사들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20% 이상 급등했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이에 비례해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향후 발표될 지난해 기업실적과 올해 예상실적 등이 현지수대를 유지하기 힘들 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는 올해 만기도래하는 1조 8천여억원의 회사채중 80%를 인수하는 것도 모자라 86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의 정확한 부채규모도 모른 채 은행들에게 자금지원을 지시했다. 현대석유화학에 대해서도 11개 채권은행단에게 신규자금지원을 지시했다.

정부의 추가지원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시각이 다수다. 증시일각에선 정부지원으로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구조조정의 후퇴로 비쳐질까 우려한다. 50조원을 투입해서 부실자산을 털어낸 은행권을 정부가 앞장서서 또다시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1월 무역수지가 3억 2천여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우려할 만 하다. 국내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수출단가도 약세다. 여기다 향후 수출규모를 보여주는 수출신용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수출악화는 내수부진은 제조업체들의 재고증가로 귀결된다. 최근 4개월간 재고가 9.6% 늘어났다. 특히 12월 재고/출하 비중이 84.6%로 99년 12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이 위축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올해 기업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란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증시(거래소시장+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연초대비 30%이상 급등한 것은 추가상승을 어렵게 한다. 오히려 현재의 펀더멘털이 현 시가총액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감을 나타내는 증시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2월초 한국은행의 콜 금리인하로 국내부문의 유동성이 보강될 것이란 견해를 제기한다. BBB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조만간 증시로 자금이동이 시작될 것이란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다.

이에 대해 UBS워버그증권은 일본이 0%의 저금리에도 주식시장이 침체되어 있다고 논박한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 등을 통해 경기회복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금리로 이자소득 등이 줄어들어 가계나 기업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오히려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저금리가 한계기업을 연명시켜 장기불황을 가져올 뿐이라고 우려한다.

이 논리가 국내현실에 타당한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야 국내투자자들이 증시에 참여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들이 참여없이 단지 '외국인 순매수'만 보고 추가 상승을 낙관해선 곤란하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11조 3천여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국내증시는 반토막 났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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