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권가 정부낙관론 반박 "경기저점 1분기 통과 어렵다"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1·4분기 중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국내외 증권사들까지 나서 ‘섣부른 낙관론’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딘위터(MSDW)와 LG투자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들은 최근 정부의 ‘경기 저점론’을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하고 현재 경기둔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빨라도 하반기 중에나 바닥권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섣부른 경기저점론〓진념(陳稔)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료 등은 연초부터 1·4분기 중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왔다. 그 근거로 정부는 △구조조정 효과 가시화 △자금시장 회생 △정부의 경기부양의지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등을 꼽았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저점에 대해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2년 만에 최저치인 4.7%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경기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증시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30일자 보고서를 통해 “세계 수요 감소와 미국 경기 침체 등으로 한국기업의 생산과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한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물론 수출용 자본재의 생산이 줄어들고 섬유와 자동차 생산도 점차 축소된다는 것.

LG증권도 최근 “지난해 12월 재고 증가율이 16.9%에 달하는 등 재고부담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미국과 국내 금리인하의 효과가 살아나는 9월 이후에야 경기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그나마 경기를 받쳐주던 수출마저 미국 경기침체로 타격이 예상된다”며 “경기 동행지수나 선행지수 모두 저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경기 저점론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의 걸림돌은 구조조정 지연과 인위적인 부양책〓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반짝효과를 노리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계속되는 정부관료들의 립서비스가 달갑지 않다는 것.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조사팀장은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현재 자금시장 여건으로 볼 때 장단기 금리간 스프레드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인위적인 부양책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 심상달 선임연구원은 “당초 상반기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반기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었지만 회사채 신속인수방안 등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정부조치로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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