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서울시 차량2부제 도입 강행 논란

  • 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03분


서울시가 내년 월드컵대회기간 중 차량2부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정확한 실태조사는 외면한 채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일관,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내년 5월31일부터 한달간 열리는 월드컵대회기간 중 차량2부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자동차 운행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통해 확정한 10부제는 대회기간 중 원활한 차량소통과 오존발생 감소 등 대기환경 개선에 별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는 또 오존주의보 발령전에도 2부제 등 차량운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간당 오존농도가 0.3¤을 넘어 오존경보가 발령될 때 해당지역의 차량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 현행 대기환경보존법의 관련조항이 ‘유명무실’하다는 논리였다. 서울시관계자는 “오존경보가 단 한 차례도 발령되지 않아 관련규정이 오존의 피해를 예방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하절기에 열리는 월드컵대회때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을 줄이는 방법은 2부제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시가 ‘2부제 효과’에 대한 정확한 실태분석과 객관적인 검증절차없이 제도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

실제로 지난해 10월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기간 중 2부제를 실시하면서 서울시가 대기중 오존농도를 측정한 결과 실시전과 같거나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2부제가 대기중의 오존감소에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측정치로 확인돼 2부제의 효용성이 도마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실시대상에 일반 승용차와 10인이하의 비사업용 승합차만 포함되다보니 대기오염의 주범인 화물차와 일반 버스 등 경유차량의 운행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까지 측정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는 상황. 본보취재진이 수차례에 걸쳐 당시의 측정결과를 요청했으나 담당부서인 서울시 환경관리실은 “당시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측정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한편 서울시 내부에서도 2부제의 ‘대기개선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찮다.

각종 오염가스의 원천인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나 일반버스를 제외하고 2부제를 실시할 경우 교통소통에는 다소 도움이 되더라도 대기환경 개선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공개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가 2부제를 강행하는 것은 시민편의와 권익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

서울시 관계자는 “무작정 2부제를 실시할 경우 효과도 못거둔 채 시민들의 경제활동 위축 등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며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부제문제를 공론화하는 한편 해당부서간 충분한 조율을 통해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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