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진현/한미공조 제대로 하려면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0분


조지 W 부시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갈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주요정책도 변하게 마련인 만큼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나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북인식이나 접근방식이 한국 정부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한미 양국간 대북정책 조율이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이익 정확히 이해를▼

그러나 아직 새 행정부의 진용도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일부 인사들의 발언을 놓고 한미갈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에 끌려 다녀서는 안되며 주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식의 설익은 처방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한미관계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공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미공조는 남북관계는 단절된 가운데 주로 북미관계가 진전되는데 따른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에 현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역전돼 북한의 핵의혹과 미사일 위협 속에 한국의 온건 햇볕정책과 미국의 정책을 조율하는데 공조의 주안점이 있었다.

소위 '페리 프로세스' 를 통해 한미양국은 공조체제를 재정비했지만 남북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에는 다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막바지 대북접근으로 한미 양국이 다시 보조를 맞추려는 상황에서 이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외교당국은 2월 7일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시작으로 부시 행정부와 대북정책에 관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한다. 지난 수년간 한미공조의 도전 요인과 양태는 변했지만 효과적인 공조의 필수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두가지 사항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이익과 우선순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물론 우리 문제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최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지적한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3만7000명의 미군이 전진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은 자신의 국익 관점에서 분명한 입장을 가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 문제니 우리 입장을 지지하라는 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결국 양국공조는 서로의 이익과 우선순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한 바탕 위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이를 달성할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형성됐던 한미간 미묘한 기류는 미국이 중시하는 미사일 문제를 한국이 북한에 충분히 제기하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한반도의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이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현실인식에 괴리가 있으면 정책 조율은 어려워지고 구체적인 문제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게 마련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분명한 객관적 증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모호한 의도에만 의존한 평가는 설득력이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대북시각차부터 줄여야▼

가령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주한미군, 국가보안법, 연방제 통일 문제에 있어 양보를 했으니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얻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를 했지만 이런 식의 자세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을 설득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인식이 객관적이고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어떤 성과가 있었으며 무엇이 미흡했는지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공동의 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엄존하는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변화를 유도하는데 긴밀한 한미공조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는 사실이다. 한미공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남북한이 자주적 으로 해나가자는 식의 발상은 금물이다. 성공적인 대북정책의 수행을 위해서는 국민의 수긍과 지지와 함께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관건임을 유념해야 한다.

백진현(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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