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방문 이후]경제분야 시스템 개편 나설듯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6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21일 “북한이 여러모로 변해야 한다는 김 국방위원장의 결심이 곳곳에서 읽혀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이 ‘정치적 사회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의 접목 방식을 통해 83년 방문 이후 완전히 달라진 상하이(上海)의 발전상을 놓고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한 것은 앞으로 북한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개혁 개방을 향한 북한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연구위원은 “북한은 사회주의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관점에서 극히 부정적으로 봐왔던 중국의 개방정책에 대해 90년대 중반부터 새롭게 평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방식의 개혁 개방을 하겠다는 김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내부적으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과 인적 개편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외부적으로 적극적인 대남 교류협력 제의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또 다른 방중 목적은 대외환경의 안정에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혁개방을 위한 선결 과제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조지 W 부시 신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서동만(徐東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김 국방위원장의 수행단 가운데 조명록(趙明祿) 군총정치국장이 빠진 것은 지난해 10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그가 수행한 역할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부시행정부가 강행 의지를 천명한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등에 대한 대응책을 중국지도부와 논의할 것이 분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 공동선언의 정신을 희석시키지 않는다는 모습을 미국측에 보여주기 위해 조명록차수대신 김영춘(金英春) 군총참모장을 수행단에 포함시킨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북한의 급격한 개혁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의 이번 방문은 북한이 지역개방 등 정책 변화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는 계기일지는 몰라도 결정을 내리는 단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기적으로 개성과 나진 선봉지역을 강조하고 남포와 신의주를 추가 개방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청사진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중국 방문 수행 9명은 누구▼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에는 △군부에서 김영춘(金英春) 총참모장, 현철해(玄哲海) 박재경(朴在慶) 대장 △당정에서 연형묵(延亨默) 자강도 당 책임비서, 김국태(金國泰) 비서, 정하철(鄭夏哲) 선전선동부장,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金養建) 국제부장, 박송봉(朴松奉) 당 중앙위 부부장 등 9명이 수행했다.

경제분야의 실무자들이 대거 수행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위 관리로는 박송봉 부부장만이 동행했으며, 김용순(金容淳) 비서와 조명록(趙明祿·차수)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단골 인사’는 이번 방중단에서 제외됐다.

그대신 중국 CCTV화면에 비친 김국방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주석간의 정상회담장에는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과 연형묵 비서가 배석했던 것이 눈에 띈다.

김영춘 총참모장과 현철해 대장 등 군부 지도자의 수행은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구상에 대한 공동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성향의 군부 지도자들에게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 보도록 함으로써 김 국방위원장이 강조한 ‘신사고’의 대열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커 보인다.강석주 부부장의 경우 미국 문제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미 공조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점쳐진다.한편 같은 시기에 북한에 남아 현대의 ‘금강산 협상단’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순 비서를 비롯한 ‘대남 일꾼’들이 방중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남북정상회담 일정 등 ‘남북 관계’가 이번 방중에서 주의제로 논의된 것은 아닌 것이란 분석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루머 난무했던 중국방문 6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 6일 동안 전세계 언론이 연일 각종 ‘설(說)’에 춤을 췄다. 그의 소재와 일정이 베일에 가려진지라 그의 동정과 관련해 온갖 루머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上海)에 왔다는 루머가 대표적인 사례. 18일 저녁 쉬쾅디(徐匡迪) 상하이시장이 시 중심가에 있는 진장(錦江)호텔에서 김위원장 일행을 위한 만찬을 베풀었다.

그러나 장 주석이 상하이에 왔다는 루머가 돌면서 이 자리는 곧 김 위원장과 장 주석이 회담한 것으로 바뀌었다.

장 주석이 중국 TV에 연이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곁들여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 루머는 이튿날 대부분의 언론들이 장 주석과 김 위원장이 상하이에서 회담했다고 오보(誤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수행자 명단에 들어있다는 루머는 곧 김정남과 장주석의 아들이 만났다는 추측성 보도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증권거래소를 두 번 방문했다는 것도 오보 중의 하나.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증권거래소를 방문했으며 전날인 17일에는 이탈리아 총리 일행이 그곳을 찾았다.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이 두 번이나 증권거래소를 방문하는 깜짝쇼를 연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보(本報)는 보다 정확한 취재로 이런 오보들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루머는 김 위원장이 상하이를 출발해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19일과 20일에도 계속됐다. 일본의 한 통신사는 장 주석의 상하이 방문설을 확신한 나머지 이튿날 장 주석과 김 위원장이 두 번째 회담을 했다고 타전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일부는 장 주석을 만났으니 베이징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평양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거나 심지어 러시아로 곧바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난 직후인 20일 저녁 외신기자들과 가진 뉴스브리핑에서 사전에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공개 시점에 대해 북―중 양국간에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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