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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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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후 박씨는 집으로 날아온 신용카드청구서를 받아들고 다시 한번 고개를 갸우뚱했다. 문제의 성인사이트에서 날아온 것이었기 때문. 전말은 이랬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성인사이트를 애용 하고 있었던 것. 밤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공부한다 던 아들이 괘씸했다.
인터넷 음란물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간에 총성 없는 전쟁 이 벌어지고 있다. 몰래 보려는 자녀와 막으려는 부모. 지금까지의 판세는 부모들의 판정패 . PC와 인터넷에 관한 자녀를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1=김모군(17·B고 2년)은 친구집에서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방영하는 인터넷방송을 본뒤 부모를 졸라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했다. 매일 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음란사이트에 탐닉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어느날 우연히 책상서랍에서 음란물이 인쇄된 종이를 발견, 수색 에 나섰다. 컴퓨터 비밀폴더에 수백장의 음란사진과 수십개의 음란동영상을 저장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집안이 떠나갈 듯 혼이 난 김군. 그러나 이번에는 인터넷에 내려받은 동영상파일을 CD에 저장해놓고 즐겼다.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는 다시 방을 다시 이잡듯 뒤졌다. CD에 녹화 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부모는 아예 컴퓨터를 없애버렸다.
▽ #2=박모군(15·A중 2년)의 어머니는 어느날 아들 방에 불쑥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착실하고 순진하게 여겼던 아들이 인터넷 음란물에 취해있었던 것. 박군의 어머니는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을 구입해 몰래 컴퓨터에 설치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음란물을 보는 장면을 다시 목격했다.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도 허사였다.
▽ #3=곽모군(15·C중 2년)은 음란채팅을 자주한다. 주로 부모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는 저녁시간을 이용한다. 발자국 소리가 나거나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나면 순식간에 채팅창을 닫아버린다. 컴맹인 부모는 아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으로 여긴다. 곽군은 "한번도 부모에게 채팅하는 것을 들킨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자녀는 적 이 아닌 희생자=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것은 우연 이거나 타의 에 의해서다. 한 주부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성과 관련, 심각한 질문을 자주하자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를 추궁했다. 진원지는 어린이용 사이트인 포켓몬 월드였다. 이 주부가 이 사이트의 포켓몬학당 이라는 코너에 접속보니 입에 담을 수 없는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있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소장은 "아버지가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뒤 기록을 지우지 않아 자녀들이 우연히 그 사이트에 접속, 음란물을 보는 경우도 많다" 며 부모들의 신중함을 주문했다.
▽발견 즉시 단호한 조치= '우리도 클 때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를 봤는데… '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인터넷의 음란물인 사진(야사) 동영상(야동) 게임(야겜) 이야기(야설) 등은 자녀의 인격을 파괴할만큼 치명적 이다. 변태적이고 성도착적 내용까지 있어 정상적 사고에 장애를 줄 정도. 따라서 발견 즉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의사 백상빈(白相彬)씨는 "인터넷 음란물에는 사회의 근본윤리를 뒤흔드는 내용이 넘치고 있다 "면서 "아이들은 음란물을 통해 본 것을 모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