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경기부양은 독품은 당근...개혁 계속해야"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51분


정부는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올해 예산중 63%(특별회계 포함 101조원)를 상반기에 앞당겨 풀고 대규모 신시가지 등을 새로 만들기로 하는 등 최근 각종 경기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런 정부의 경기활성화 및 시장부양대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이것 때문에 구조조정이 퇴색될까 우려하고 있다.

▽경기활성화정책 불가피한가〓경기진작쪽으로 정책을 일부 바꾼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다소 많은 편.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직후처럼 어려운 만큼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도 “구조조정과 퇴출이 집중될 상반기에 경기진작 정책이 필요함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종훈(李鍾/·경제학) 총장과 오규택(吳奎澤·경영학) 교수도 부분적 경기진작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전주성(全周省·경제학) 이화여대교수는 “단기적 경기조절과 자금시장대책은 필요한 시점이지만 문제는 무엇을 위해서라는 목적과 원칙이 없어 보이는 점”이라며 ‘비판적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병균(閔丙均) 자유기업원장은 경기활성화정책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산은의 회사채 인수에 대해서는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잘못된 결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강력히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정운찬(鄭雲燦·경제학) 서울대교수는 “경기부양책은 경제상황을 오도하고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자칫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도 적자생존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운열(崔運烈·경영학) 서강대교수도 “지금 부양책이라는 ‘당근’을 쓰면 구조조정이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실효성은 있을까〓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좀더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더라도 본격적 경기회복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

이창용(李昌鏞·경제학) 서울대교수는 “현재의 경기부양책과 자금시장대책은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효과가 잘 안 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문건 상무는 “올해 50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되고 상반기에 100조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되며 현재 금리가 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구조조정 늦출 가능성은 없나〓경기부양책 자체를 ‘구조조정 포기’로 몰아붙이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는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가 다수.

정운찬 이창용 교수는 각각 “산은이 부실기업 회사채까지 사주는 마당에 누가 구조조정을 하겠는가”라며 “구조조정은 이제 물 건너갔다”(정교수) “구조조정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이교수)며 회의적이었다.

반면 좌승희 원장과 정문건 상무는 “재정지출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거시정책이고 구조조정은 개별기업 문제로 경기활성화정책 자체를 바로 구조조정 포기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경기부양 때문에 구조조정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확고한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것. 이종훈 총장은 “구조조정을 잘하는 기업에는 세제 재정 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해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주성 교수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정책을 잘 선택해야 한다”며 “직업훈련비용 등 적극적 실업대책 수립과 SOC 투자 확대를 하되 ‘현대 살리기’식의 특정기업을 봐주는 정책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도와주신 분들>(가나다순)

△민병균 자유기업원장 △오규택 중앙대교수(경영학) △이영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종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종훈 중앙대총장(경제학) △이창용 서울대교수(경제학)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정운찬 서울대교수(경제학) △조명현 고려대 교수(경영학)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최운열 서강대교수(경영학) △한성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가나다순)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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