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내 남자친구 이야기, 내 여자친구 이야기

  • 입력 2001년 1월 5일 18시 46분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내 여자친구 이야기/크리스티앙 그르니에 지음/김주열 옮김/각 180쪽, 내외 6000원/사계절

음악을 매개로 만나 사랑을 꽃피워가는 프랑스 남녀 중고생의 상큼한 이야기를 그린 청소년 소설. 13∼18세용이다.

두 권짜리 이 소설의 특징이자 매력은 사랑 이야기를 남녀 두 주인공 각자의 상황과 관점, 감성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작품으로 그려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두 남녀 청소년 주인공이 서로 만나 대화하고 사랑을 느껴가는 상황 설정은 동일하다. 따라서 일종의 커플 소설인 셈이다.

주인공은 고교 1학년 남학생 피에르와 평범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잔느. ‘내 남자친구 이야기’는 잔느의 눈으로 바라본 피에르와의 사랑이야기이고, ‘내 여자친구 이야기’는 피에르의 눈으로 바라본 잔느와의 사랑이야기다.

이들은 어느날 우연히 음악을 매개로 만난다. 피에르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고등학생이었고, 잔느는 얼마전 음악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중학생이었다. 둘은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잔느는 이를 계기로 녹음기사였던 아버지가 작곡까지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잔느에게 음악은 아버지의 존재,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가는 통로였다.

피에르는 한 피아니스트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인해 가면을 쓴 채 대타로 음악회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잔느는 그 피아노 연주를 듣고 감동을 받는다. 잔느는 피에르에게 다음 번에 열릴 그 연주회에 함께 가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그 피아노 연주회에 또다시 가면을 쓰고 출연해야 하는 피에르는 부득이 잔느의 제안을 거절한다. 잔느는 피에르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는데….

그리고 한참 뒤, 다시 연주회가 열리고 잔느는 혼자서 그 연주회장을 찾는다. 빼어난 연주로 관객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그 날의 피아니스트. 연주가 끝나자 그는 갑자기 가면을 벗어던지며 이렇게 외친다. “나의 진짜 이름은 피에르. 잔느를 사랑한다!” 순간, 감동에 휩싸이는 잔느.

두 권을 모두 읽어보고 남녀의 심리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두 권으로 꾸민 이색적인 소설 형식도 흥미롭지만 건전한 이성교제를 통해 아름답게 성장해나가는 청소년의 모습이 투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음악 이야기가 청소년들의 음악적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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