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LA 다저스와 1번 타자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5시 30분


박찬호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 야구가 본격적으로 국내 매스컴에 소개된지도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과 팬들은 박찬호가 소속되어 있는 LA 다저스에게 그 어떤 국내구단 못지 않는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왔다.

박찬호가 등판하는 경기뿐만 아니라 나머지 경기에서도 항상 다저스가 이기기를 응원해왔고 지구 우승과 나아가서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물론 모두가 다 박찬호가 보다 큰 경기에서 활약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6년.

그 해 다저스는 90승 72패를 거두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센디에이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당시 내셔널리그 최강팀으로 불리우는 애틀란타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3연패를 당했고 박찬호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포함 되었으나 마운드에는 단 1번도 오르지 못하는 불행을 맛보았다.

1997년부터 박찬호는 선발투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며 매년 최소한 13승 이상을 거두며 맹활약하지만 우리를 아쉽게 하는 것은 1996년이 바로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이다.

박찬호가 생애 최다인 18승을 기록하며 절정기를 맞이한 2000시즌에도 다저스는 지구 2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다저스가 포스트진출에 실패한 것은 4, 5번 선발투수의 난조에서 발생한 투수력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지만 찬스메이커 역할을 담당할 1번 타자의 부재도 이에 못지 않는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다저스는 스토브리그 기간동안 앤디 애쉬비를 영입하며 선발진을 보강하는데는 성공했지만 1번타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전력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아 2001시즌에도 이 부분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0시즌 동안 다저스가 1번 타자문제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년간 팀의 1번 타자로 활약했던 에릭 영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했기 때문.

영은 99시즌 타율 0.281, 0.371의 출루율 그리고 51도루를 기록, 빠른 발과 괜찮은 선구안을 선보이며 1번타자로서 수준급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40여 경기 이상을 결장할 정도로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보였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잔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는 영에 대해 팀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조급한 판단을 보였고 2000시즌에 지불해야 할 영의 높은 몸값에 큰 부담을 나타내며 결국은 트레이드라는 카드를 뽑아들고 말았다.

에릭 영(시카고 컵스 2루수)

2000시즌 성적 - 타율 0.297(607타수 180안타), 98득점, 0.367의 출루율, 54도루

위의 기록에서도 알수 있듯이 영은 컵스로 이적하자 마자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선보이며 1번 타자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해 냈다. 더구나 영은 2000시즌 동안 153경기에나 출장해 다저스 시절 보여줬던 체력적인 약점도 보이지 않아 자신을 트레이드 한 다저스를 다시 한번 허탈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저스의 조급함이 에릭 영이라는 확실한 1번 타자감을 놓치게 했고 다저스는 시즌 내내 이에 대한 보답을 톡톡히 치루어야 했다.

다저스는 영의 빈자리에 토드 홀랜스워드, 디본 화이트를 번갈아가며 기용해 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시즌 중반에 콜로라도에서 탐 굿윈을 트레이드해오지만 굿윈 역시 1번 타자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토드 홀랜스워드 - 81경기 출장, 타율 0.234, 출루율 0.314, 42득점, 11도루

디본 화이트 - 47경기 출장, 타율 0.266, 출루율 0.310, 26득점, 3도루

탐 굿윈 - 56경기 출장, 타율 0.251, 출루율 0.310, 29득점, 16도루

1번 타자에게는 도루를 많이 할 수 있는 빠른 발보다도 진루를 하기 위한 정확한 선구안이 더 중요시된다.

좋은 선구안은 보다 많이 진루할 수 있음을 뜻하며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득점면에서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스피드가 동반되는 선구안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평균 수준의 스피드를 가지더라도 선구안이 뒷받침되는 선수라면 뛰어난 1번 타자가 될 자질이 충분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살펴볼 때 위의 세선수는 뛰어난 1번 타자가 될만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저스는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는 한 2001시즌 1번 타자로 탐 굿윈과 디본 화이트 둘 중 1명을 기용해야 할 것이다.

굿윈은 뛰어난 스피드를 갖추었지만 선구안이 나빠 출루율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시즌이면 39살이 되는 디본 화이트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최근 다저스는 캔자시스티의 저니 데이먼을 영입하기 위해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저니 데이먼(캔자스시티의 중견수)

2000시즌 성적 - 타율 0.327(655타수 214안타), 46도루, 출루율 0.382, 136득점

2000시즌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인 데이먼은 빠른 스피드 뿐만 아니라 3할을 칠 수 있는 빼어난 타격 실력과 수준급의 선구안을 지닌 선수로 현제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1번 타자감이다.

데이먼이 다저스 라인업에 가세한다면 다저스로서는 1번 타자 부재라는 약점에서 탈피하며 2001시즌에 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데이먼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다저스도 많은 부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해 데이먼의 영입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 되버렸다.

데이먼 영입의 첫번째 난제는 유망주 투수의 포기.

캔자스시티는 데이먼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다저스의 유망주 투수 에릭 가니에를 포함하는 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가니에는 다저스가 이미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할 정도로 팀내에서 촉망받고 있는 투수로 미래에 다저스 선발진을 책임질 팀내 최고의 유망주인 까닭에 다저스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투수이다.

두번째로는 금전적인 부분.

데이먼이 영입되면 디본 화이트와 탐 굿윈은 백업멤버로 밀리게 된다.

트레이드를 하지않는다면 다저스는 1천만불에 가까운 막대한 돈을 주전 멤버도 아닌 백업 멤버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인 손해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굿윈은 내후년 시즌에야 계약이 만료되며 데이먼 역시 내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 신분을 얻게되 다저스가 데이먼을 계속 붙잡기 위해서는 다시한번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다저스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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