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공부해라' 잔소리 의욕만 줄인다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20분


◇학습장애 원인과 대처요령◇

주부 최모씨(34)는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의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공부를 시키려고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력이 산만해 딴 짓을 하기 일쑤다.

초중생의 20% 가량은 학습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들 가운데 2.5% 가량은 지능지수 70 이하인 ‘학습 지진’에 해당하며 5% 가량은 지능은 정상이지만 학습을 맡는 신경중추에 이상이 있어 읽기 쓰기 듣기 셈 등 특정 분야에 문제가 있는 ‘학습 장애’에 해당한다. 10∼15%는 지능이 정상이고 뇌 신경세포에 문제가 없어도 가정 환경 등 다양한 원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 부진’으로 분류된다.

▽원인 찾기〓학습 지진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학습 장애의 경우 완치가 어려워 치료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자녀가 자손심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전문가에게 맡겨 개별적인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습 부진아 등의 일반적인 학습 문제는 부모의 따뜻한 격려와 수준에 맞는 학습 등을 통해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다. 부모의 갈등 이혼 등으로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는그 원인을 제거하면 바로 효과가 난다. 부모가 어릴 적부터 지나치게 과외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경우도 마찬가지. 소심한 성격으로 시험 시간만 되면 불안해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는 정신과 치료나 성격 개조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뇌량의 마술〓언어중추세포는 좌뇌에 있다. 우뇌에서 판독한 것이 좌뇌와 우뇌 사이에 칸막이 역할을 하는 뇌량(腦梁)을 지나 좌뇌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4∼0.6초. 이로 인해 왼쪽 귀로 긴 문장을 들을 때 처음 한 두마디를 알아 듣는 사이에 다른 단어가 지나가 버리는 현상이 생긴다. 모음을 오른쪽 귀로 듣고 자음을 왼쪽 귀로 듣는 어린이가 있다면 ‘BOOK’을 ‘OOBK’로 ‘BAG’을 ‘ABG’로 듣는 것이다.

이런 아이는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점점 말을 안하게 돼 학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듣는 데로 말하더라도 남이 알아 듣지 못해 의사 소통이 안된다. 또 자신의 말소리가 자기 왼쪽 귀에서 울리는 사람도 있다. 이 때도 자신이 하는 말이 우뇌에서 시간 차를 두고 접수되므로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없다. 동굴 속에서 말할 때 자신의 소리가 메아리쳐 들리면 말을 하는데 혼선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교 생활 부적응〓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 주로 겪는 학교 생활 부적응도 학습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일을 담임 선생님과 상의하면 되지만 중학교부터는 수업시간 마다 교사가 바뀌므로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겨울방학에 자녀를 데리고 미리 교실 운동장 화장실을 둘러 보는 것이 좋다. 또 버스 지하철을 타고 등교할 경우 미리 통학 연습을 시킨는 것도 한 방법.

습관적으로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은 아이의 학습 의욕을 떨어뜨린다. 부모가 미리 학원에 등록하거나 공부시간을 정하는 것은 금물. 공부시간은 자녀의 수준에 맞춰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아이의 수준에 맞춰 학습 목표를 정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높이뛰기 선수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학습장애클리닉 소아정신과 신민섭교수 02―760―3676, 한일소아과 김미향원장 031―973―8438)

<이호갑기자>gdt@donga.com

◇"우리 아이가 학습장애? 체크해 보세요"◇

①‘치기’와 ‘시기’, ‘개나리’와 ‘미나리’ 등 모음이나 자음 끝말의 발음이 비슷하면 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②말로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게임 등 듣기가 요구되는 활동을 잘 못한다.

③짧은 시나 노래의 단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다.

④단어 카드에서 ‘집’을 읽지만 문장에선 읽지 못하는 등 알고 있는 것을 상황이 바뀌면 헷갈려 한다.

⑤말할 때 발음을 빠뜨리거나 없는 발음을 첨가한다. 또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순서를 바꿔 말한다.

⑥음이나 단어를 전혀 틀리게 말하거나 잘못 발음한다.

⑦읽을 때 단어나 줄, 문장을 빼먹고 읽는다.

⑧자기 학년 수준의 단어를 알지 못한다.

⑨단어를 쓰거나 읽을 때 단어를 빠뜨리고 읽거나 없는 단어나 글자를 추가한다. 혹은 다른 글자로 잘못 읽거나 거꾸로 읽는다.

⑩비슷하게 생긴 글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⑪읽어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스스로 소리내지 않고 읽을 때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⑫단어들이나 문장 사이에 간격을 적절히 띄어 쓰지 못한다.

⑬글자나 숫자를 거꾸로 쓴다.

⑭받아쓰기를 제대로 못한다.

⑮더하기를 하다가 빼기를 하면 못한다.

+, × 등 계산부호를 혼동한다.

세로식 문제에서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풀지 못하고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문제를 푼다.

※서울대병원 학습장애클리닉 소아정신과 신민섭교수가 개발한 ‘초등학생 학습장애 평가척도’. 10개 이상에 해당하면 전문의에게 상담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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