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세원/'우물 안' 駐佛문화원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37분


손우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4월 부임한 이후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1월7일 한―프랑스합동사진전을 시작으로 13, 14일 국립국악원 공연, 20일 ‘춘향뎐’ 특별시사회, 12월6일 ‘맹진사댁 경사’ 프랑스어판 출판기념회, 14일 한글백일장 등의 행사를 잇따라 진행했다. 이 중 일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 행사는 모두 한국문화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기념행사는 18일 있을 기념리셉션과 프랑스의 대표적인 한국학자 앙드레 파브르 교수가 88년에 펴낸 ‘한국사’ 전면 개정판 출판기념회로 절정을 이루게 된다.

행사 중에는 물론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처럼 프랑스인들로부터 크게 호평을 받은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성년을 맞은 한국문화원이 행사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는 한국과 인연을 맺은 프랑스의 지한파 인사들과 한국의 문화계 인사, 교민대표 등 ‘단골 손님들’이 친목을 다지는 집안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면이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할 수는 있지만 새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프랑스의 주간 문화정보지나 프랑스 신문들이 매주 발행하는 문화행사 안내에 이들 행사가 소개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가족 단위로 주말에 문화행사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프랑스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주중에 휴관하는 대신 주말에 문을 연다. 그러나 한국문화원은 월∼금요일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여는 데다 도서관은 점심시간에도 문을 닫는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 무언가 알기 위해 주말에 한국문화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프랑스인이 적지 않다.

이미 한국과 관련을 맺은 소수의 프랑스인들 보다는 프랑스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아쉽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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