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疑心生暗鬼(의심생암귀)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8분


혹 物件을 잃고 남을 疑心해본 적이 있는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적은 없는가. 그래서 물건을 가져간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큰 罪惡(죄악)을 犯하는지도 모른다.

列子(열자)의 說符篇(설부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의 집에 있는 커다란 오동나무가 말라죽고 말았다. 그러자 옆집 늙은이가 말했다.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집에 있으면 不吉한 徵兆(징조)가 올 것이오.”

이 말에 주인은 얼른 톱을 가져와 베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다시 옆집 늙은이가 말했다. “그 오동나무 나를 주시오. 땔감으로나 쓰게.”주인은 내심 괘씸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잔뜩 疑心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동나무를 자르라고 한 것도 다 자기 땔감으로 쓰기 위한 것 아닌가. 세상에, 옆집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흉악해서야!”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가 도끼를 잃어버렸다. 그는 틀림없이 옆집 아이가 가져갔다고 疑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 어쩐지 아이의 行動이 수상쩍었던 것이다. 걷는 모습이나 얼굴 표정, 그리고 말하는 모습 등, 어느 하나 부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자신만 보면 슬슬 피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犯人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무를 하러 다시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잃어버린 도끼를 되찾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난 번 나무하다 놓아두고 그냥 왔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다시 옆집 아이를 만났는데 이제는 그의 행동이 전혀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비슷한 內容이 韓非子(한비자) 說難篇(세난편)에도 보인다. 宋나라의 어느 부잣집 담장이 장마로 무너졌다. 이를 본 아들이 말했다.

“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빨리 담장을 수선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옆집 노인도 똑같은 말을 했다. 과연 그날 밤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고 말았다. 그러자 부잣집 주인은 자기 아들은 先見之明(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옆집 노인은 도둑으로 잔뜩 疑心했다. 똑같은 말을 했지만 하나는 칭찬받은 반면 또 하나는 疑心을 뒤집어써야 했다. 왜 그럴까. 先入見 때문이다. 지레짐작으로 斷定(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疑心生暗鬼. 마음속에 疑心을 가지고 있으면 온갖 무서운 생각이 다 솟아난다는 뜻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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