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맹형규 의원 '대선문건' 변명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1시 14분


"문건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언제 작성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말이 아니다. 이른바 '이회창 총재 대선 승리를 위한 10개항 대책 문건'이 흘러나온 한나라당 기획위원회 맹형규 위원장의 변명이다.

그 문건이 누구의 '습작'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심사위원의 눈을 호리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이번 습작의 주제는 '차기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권, 검찰, 언론의 순화교육'으로 요약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치권, 검찰, 언론 등이 중립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한나라당에 적대적인 언론인의 비리자료를 모아 입을 막아야 한다는 부분은 중립화라기보다는 협박과 음모에 가깝다.

'과연 습작일 뿐인가'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태작으로 보기엔 아까운 솜씨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건이 작성된 지난 8월 이후 한나라당은 검찰 중립화를 위한 3가지 입법안을 냈으며, 이회창 총재의 측근이 '언론감시’모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발표만 안 됐지 '당선권'에 접근한 작품이 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기획위원회의 수많다는 그 습작들. 모르겠다고만 하지 말고 맹위원장이 꼼꼼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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