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중앙대 김진홍교수 "여울은 천연 하수처리장"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53분


수질을 나타내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1급수∼5급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숫자가 클수록 오염됐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숫자가 오히려 커야 좋은 것도 있다. 용존산소가 그것이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물 속의 오염물질이 분해될 때 용존산소 다시 말해 물에 녹아있는 산소가 고갈돼 일어난다. 이 때문에 하수처리장은 펌프로 오염된 물 속에 일부러 산소를 불어 넣어줌으로써 미생물을 대량 증식시켜 이들이 오염물질을 빨리 분해하게 한다.

하지만 강물은 하수처리장이 없어도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산소공급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앙대 건설대학 김진홍 교수가 최근 한국토목학회와 수자원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여울이 바로 그것이다. 여울은 홍수 때 휩쓸려 내려온 자갈이 강 바닥에 수북이 쌓여 얕아진 강물이 돌과 부딪혀 세차게 흐르는 구간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하천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골재 채취는 강물에서 산소 마스크를 떼어내 자정능력을 말살시키는 행위나 다름 없다.

김 교수는 전국의 하천 가운데 골재 채취를 거의 하지 않아 자갈이 가장 많은 섬진강의 여울과 소(웅덩이) 20곳에서 용존산소를 측정하고, 어떻게 자갈이 기포를 만들어내는지 수중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길이 15m의 인공 여울을 만들어 자갈을 어떻게 배치해야 공기 유입량을 늘릴 수 있는지 실내 수리실험도 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기는 수면을 통해 강물 어디에서나 조금씩은 유입되지만, 특히 여울의 자갈 모서리에서 많은 기포가 생성되면서 공기의 유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울에서 물이 자갈에 부딪쳐 수면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지거나, 자갈 주위에 생기는 소용돌이에서도 공기가 많이 유입됐다.

산소의 유입은 자갈이 많을수록, 수심이 낮을수록, 유속이 빠를수록, 자갈이 클수록, 자갈 크기의 편차가 클수록, 자갈이 모가 날수록 잘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로 김 교수가 지난해 2월 측정한 섬진강의 용존산소는 7∼9 ㎎/ℓ로 비슷한 시기 한강, 낙동강의 용존산소량(4∼5㎎/ℓ)보다 거의 2배 가량 많았다.

“강 바닥의 자갈은 자연의 하수처리장일 뿐만 아니라 자갈에는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류의 먹이가 되는 부착조류가 많이 살아 어류의 서식처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김 교수는 “무분별한 하천의 골재 채취를 중단하고, 도시의 죽은 샛강은 큰 자갈이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공 여울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건축용 골재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 하천 96곳에서 모두 1548만㎡의 골재 채취 허가를 내줘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골재 채취가 가장 많은 강은 낙동강(663만㎡) 금강(364만㎡) 한강(149만㎡) 순이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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