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 '노아의 홍수'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43분


어느 날 갑자기 높은 파도가 몰아쳐 해변 모래언덕을 삼켜버린다. 설마 하고 지켜보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만다. 자고 나면 물이 빠져나가려니 했으나 되레 상황이 급박해진다. 농경지는 이미 바다로 변했고 집에도 물이 들어차 주민들은 새 주거지를 찾아 나선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금 오세아니아 북부 남태평양의 군도(群島) 국가인 파푸아뉴기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최근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파푸아뉴기니 주민들의 대피는 ‘예행연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머지않아 지구촌 곳곳에서 이같은 재앙을 겪게 되리라는 경고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파푸아뉴기니의 듀크 오브 요크 섬 주민 1000여명이 해수면 상승에 따라 고지대로 대피했다. 이 섬은 연간 30㎝씩 물에 잠기고 있고 이 때문에 해안지대 주민 4000여명이 추가로 주거지를 옮겨야 할 판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다. 현재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0.035% 정도. 이것이 조금만 높아지면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과학자들은 2050년경에는 이산화탄소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세기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3∼11도 높아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극지방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려 지구촌이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위기’가 전세계적인 문제로 처음 거론된 것은 1972년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였다. 그 후 기후변화방지협약 당사국들은 1997년 일본 교토에서 회의를 열고 2008∼2012년에는 이산화탄소를 1990년에 비해 평균 5.2%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교토 의정서’의 구체적 이행수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 회의에서도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러다가 정말 ‘노아의 홍수’를 맞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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