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새한 사기대출 '은행공모'조사

  • 입력 2000년 12월 8일 19시 53분


금융감독원은 (주)새한에 신용장을 개설해준 은행 중 일부가 처음부터 허위 수입거래인 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검사를 확대키로 했다. 새한 사건이 단순 사기대출을 넘어 ‘은행과 새한이 공모한 대형금융비리’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새한의 사기대출을 은폐해온 은행 임직원들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징계수위를 결정하고 검찰고발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8일 “5개 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해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는 새한이 일상적인 자금 결제도 못하는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도 발급받기 힘든 선대(先貸)신용장을 새한에 개설해준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선대신용장은 ‘새한의 거래기업인 SPC가 직물기와 습기제거기 등을 들여와 물건을 만들어 새한에 수출한 뒤 1년 뒤에 대금을 갚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국내 은행이 SPC에 돈을 꿔준다는 내용.

새한의 불법 대출과 관련된 한빛 하나 신한 조흥 한미 은행 등은 “새한의 워크아웃 수용을 위한 실사가 끝난 7∼8월경에 불법 사실을 알았고 신용장 개설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알았나 몰랐나?〓금감원은 대출받은 돈을 직물을 만들어 수출한 뒤 대금을 1년 뒤에 갚겠다는 내용인데 심사 담당자가 아무런 의심 없이 처리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신용장은 본점과도 협의를 해야 하는 사항으로 은행측 주장처럼 ‘단순실수’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권에서는 대지급되거나 대지급될 예정인 ‘1억달러’의 규모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선대신용장은 좀처럼 발행되지도 않는 데다 규모도 통상적으로는 신용장 한도의 10∼20%선이라는 것.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새한의 총 차입금이 1조5000억원인 데 비해 1200억원의 선대신용장은 비상식적으로 많은 규모.

만약 은행이 허위 신용장 사실을 알고도 대출을 해줬다면 이는 금융사고 방조이며, 몰랐다고 하더라도 신용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은폐에 대한 책임과 은행의 채권 회수 문제〓금융감독원 검사 업무 규정은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이 위법 부당 행위를 하거나 타인에게 속아 위법, 부당행위를 한 경우 즉시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 규정을 어긴 임직원은 책임 정도에 따라 주의 견책 감봉 정직 면직 등의 징계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관련 은행들은 ‘공모’ 의혹이 해소되더라도 최소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은 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해당 은행들은 새한에 지급보증을 해준 1억달러에 대해서 대지급할 수밖에 없는상태라고 밝혔다. 실사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알았지만 청산이나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이 채권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결정지었고 회장과 대표이사를 퇴임시키는 정도로 마무리했다는 것. 워크아웃 플랜에 따르면 은행들이 대신 지급해준 금액은 새한에 대한 일반채권으로 분류되고 연이율 7∼7.5%에 2004년까지 상환이 유예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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