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아니 되옵니다!"가 조선을 살렸다

  • 입력 2000년 12월 8일 19시 03분


◇ ‘언론’이 조선왕조 500년을 일구었다 / 김경수 지음 / 320쪽 9000원 가람기획

“전하! 아니 되옵니다.”

면전에서 직간하는 신하, 죽음을 불사한 지방 유생들의 상소, 국립대학인 성균관 유생들의 동맹휴학, 민초들의 격쟁….

군주가 통치하던 전통시대의 언론을 보노라면, 정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머리가 숙연해 질 정도다.

조선시대 유교문화가 발달하면서 지식인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에 비례해 선비정신도 정착되어 갔다.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결부된 일군의 벼슬아치들이 언관과 사관들이다.

언론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에 근무했던 언관, 예문관 소속 하급관료들인 사관. 이들이 있었기에 조선왕조는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게 장장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다. 사헌부 대관(臺官)은 시정 풍속을 교정 규찰하고, 사간원 간관(諫官)은 간쟁을 주로 한다. 홍문관은 학술기관이다. 그러나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언론삼사는 함께 뭉친다. 또 사관들까지 가세한다. 이러한 언론제도가 조선을 건강한 사회로 이끌 수 있었다.

‘효경’의 간쟁장(諫諍章)에 ‘천자는 쟁신(諍臣) 7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無道)하더라도 그 천하를 잃지 않고, 제후가 쟁신 5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하더라도 그 나라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바른 말로 직언하고 목숨을 걸어 극간하는 신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성리학 지배이념이 정착되어 갈수록 언론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따라서 태종이나 세조 같은 왕권 강화기에는 언론 활동도 위축되었다. 유교적 이념이 정착되어가던 성종 때에도 연 평균 40명이 넘는 숫자의 대간들이 인사조치 될 정도였으니 알만도 하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 간(諫)에 가장 너그러웠다는 성종 때의 통계이고 보면, 이것이 당시 사회의 건강지수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재미는 이런 데 있다.

한성순보 이전에도 신문이 있었다. 그것도 일간신문이. 조선시대 조정에서 매일 발행했던조보(朝報)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발행된 신문은 어떤 것이 있었나, 어떤 사람들이 기자들이었나 하는 궁금증도 풀어준다. 또 그에 따른 출판 문화와 글쓰기 문화까지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상하 소통과 합의 정치를 지향한 조선의 언론을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도 제시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듯 오늘날과 대비되는 조선시대의 언론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오히려 왕권을 강화했던 조선의 강력한 언론정치, 옳은 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언관들의 언론활동과 그 숭고한 정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준다.

저자는 목원대 사학과 김경수 교수. 저자는 말한다. 권력은 언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김 교수의 학위논문이 바탕이 된 책이지만,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정리된 것이 돋보인다.

박홍갑(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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