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핀란드인의 사우나 사랑 "사우나 없인 못살아"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50분


사우나 하면 핀란드, 핀란드 하면 사우나가 떠오른다. 그만큼 핀란드는 사우나로 유명한 나라다.

▽역사〓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에서는 증기목욕, 이슬람권은 함맘(터키식 목욕), 북구의 스키타이(기마민족)계통은 사우나를 즐겼다. 그러나 이후 핀란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목욕문화가 쇠퇴했다. 퇴폐적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아하나〓프랑스인의 와인사랑에 뒤지지 않을 정도. 전쟁터까지 사우나를 들고 갔을 정도다. 사기진작에 사우나만한 것이 없어 전투의 필수 장비였다고. 헬싱키의 전쟁박물관에는 열차로 수송하던 조립식 ‘더그아웃(참호)사우나’가 있다. 퇴각 시 초토화 작전 때도 사우나는 예외였다. 분해 후 재조립해 썼다. 사우나가 핀란드인의 생활에 이렇듯 깊게 파고 든 데는 이유가 있다. 길고 긴 겨울과 밤을 이겨낼 필수 공간이었기 때문. 맥주발효와 고기훈제는 물론 빨래와 목공작업, 출산의 장소였다. 개척민도 집 짓기에 앞서 사우나를 만들고 집을 지을 때까지 거처로 이용했다.

▽세가지 사우나〓전통적인 스모크(smoke) 레이크(lake), 도시형인 헬싱키(helsinki) 등 세가지. 레이크 사우나는 숲 속 호숫가에 소나무로 지은 통나무집. 밖에서 장작불을 지펴 열을 도크 안에 보낸다. 스모크 사우나는 오두막 문을 꼭 닫은 채 실내에서 6시간 이상 장작불을 지펴 집 자체를 가열, 연기와 일산화탄소만 빼낸 뒤 이용하는 것. 헬싱키 사우나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의 피트니스센터 스타일. 실내수영장 자쿠지(제트분사 욕조) 휴게실 식당이 거대한 지하 실내에 함께 있다.

▽즐기는 요령〓‘사업 이야기라면 사우나에서 하라.’ 무뚝뚝한 핀란드인들도 사우나에서만은 담소를 즐긴다고. 전통 레이크 사우나에는 도크 옆에 샤워장과 휴게실이 있고 휴게실에는 항상 차가운 맥주와 음료수, 소시지 생선구이 등이 있다. 도크 안에서는 자작나무 가지로 피부를 가볍게 때리며 마사지 한다. 나뭇잎의 진액을 피부에 스미게 하는 것. 몸이 데워지면 영하 20도 내외의 바깥에서 공기를 쐬거나 눈으로 몸을 식힌다. 또 구멍을 뚫은 얼음 호수에 들어가 냉수욕을 한다. 휴게실에 앉아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통 핀란드 사우나. 이렇게 두세 시간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주의할 점〓도크 안에는 스토브 옆에 작은 물통과 바가지가 놓여 있다. 가끔 이 물을 떠서 달아오른 돌 위에 뿌려 증기를 발생시킨다. 땀구멍을 통해 배출된 체내 노폐물을 피부 위로 흘려 내리기 위한 것. 그런데 물을 뿌릴 수 있는 권한은 단 한 사람에게 있다. 계단식 벤치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가장 뜨거운 곳인데다 고온의 수증기를 가장 먼저 쐬는 곳이기 때문. 도크 내 온도가 수증기를 쐬어도 안전할지 여부를 판단한 뒤 물을 뿌려야 한다.

<글·사진 조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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