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을 세상을 떠난 ‘빈자(貧者)의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는 운명할 당시 낡은 무명 사리 두 벌과 샌들 한 켤레만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진 것이 많을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가난은 놀라운 선물이며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좀처럼 탐욕과 이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범인(凡人)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성녀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한 두 분 수녀가 있다.
▷문 카트리나 수녀(67)와 최분이 수녀(62). 아일랜드 출신으로 26년 전 한국에 온 문수녀는 그동안 경북 영주와 강원 삼척 속초 등지에서 결핵 및 진폐증환자,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봉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좋은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아왔을 뿐이죠”라고 말한다. 13년 전 자신이 돌보던 어린 처녀가 불치의 병으로 숨지기 전에 떠준 스웨터를 아직도 입고 있다는 푸른 눈의 수녀. 그가 실천한 사랑의 깊이를 어찌 헤아리랴.
▷30여년 동안 알코올중독자와 부랑자들의 손발노릇을 해온 최분이 수녀는 지금도 경북 성주 ‘평화계곡’에서 70여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그 역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헌신한 이들만이 보일 수 있는 아름다운 겸양이 아닌가. 두 분 수녀의 모습에서 테레사 수녀가 말한 ‘가난이 주는 선물과 자유’를 어렴풋이 헤아릴 듯도 싶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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