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철/작은 것 감추려다…

  • 입력 2000년 12월 3일 23시 41분


2일 저녁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 대한 당안팎의 관심은 높았다.

우선 민심을 제대로 전하겠다 고강도 처방을 건의하겠다 고 목소리를 높였던 최고위원들이 과연 대통령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가 관심사였다.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들의 진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궁금했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는 또 전날 경기도 업무보고에서 경제가 나빠진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 고 국민에 사과하고 경제회복을 다짐한 김대통령의 시국인식과 국정쇄신 구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회의 후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회의 분위기가 진지했음을 전하면서 가감없이, 성역없이 얘기했다 고만 했을 뿐 회의 내용에 대해선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최고위원들은 한 술 더 떴다.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까지 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 전달 한 내용 또한 가감 없이 못알릴 이유가 없을텐데 쉬쉬해버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3일 대통령과 최고위원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수습책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국민과 당원의 바램을 당지도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최고위원들에 대한 실망도 표출됐다. 임명직도 아니고 당원들의 표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여론과 민심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함구라니, 그렇다면 대화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하는게 아니냐 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너무 충격적인 애기들이 있어서… 최고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내용을 잘못 전달할 우려가 있어서… 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변명처럼 들렸다. 민심을 전달하는 과정부터 투명해야 정확한 해법이 나오고, 그리고 그 해법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게 아닐까.

문철<정치부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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