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구현/한전 민영화 더 미룰수 없다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1분


국유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유기업은 바로 비효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논의를 펴기 전에 용어의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유기업(SOE)을 흔히 공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영어로 ‘publiccorporation(公企業)’이란 상장된 기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사이에 관(官)만이 공(公)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공은 결코 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도 공익을 대표하면 공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상장을 하면 그때부터 그 기업은 많은 주주를 모셔야 하는 공기업이 된다. 따라서 공기업이란 상장된 기업이지 결코 국유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표준 용어인 국유기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국유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첫째, 국유기업은 경영이 잘못돼도 파산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구매 생산 인력 등 경영관리가 방만해지기 쉽다. 특히 국유기업의 노동조합이 잘 조직되고 강력한 경우에는 전문경영자가 노조와 효과적으로 협상하기가 어렵고, 또한 어려운 협상을 이끌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그 결과 과다한 인력을 갖게 되고, 생산성이나 기업의 지불능력 이상의 임금과 복지지출을 하게 된다.

둘째, 국유기업이 독과점 산업에 속해 있는 경우는 병폐가 더욱 심하다. 독점기업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독점이윤을 보게 되는데, 이 독점이윤은 결국 고임금의 형태로 지출되거나 낭비되기 십상이다.

셋째, 국유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하게 되면 불공정 경쟁이 되기 쉽다. 통신과 같은 정부의 허가사업인 경우 정부는 당연히 국유기업의 편을 들게 되며, 허가사업이 아니라도 국유기업은 정부로부터 여러가지 혜택을 받게 된다.

넷째, 국유기업은 감사 등의 방법으로 정부의 감독을 받기는 하나, 감사가 많아질수록 국유기업은 더욱 정부기관처럼 관료화되고 경직되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유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전문성이나 실적에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임명되기 쉽다. 그 결과 경영이 허술해지고 정통성을 잃게 된다.

이런 국유기업의 비효율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고 있다.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가 민영화였다. 심지어 철도, 우편, 교도소까지 민영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동 중유럽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서둘러 시행한 것이 국유기업의 민영화였다. 중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의 난제가 국유기업의 비효율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경제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이 클수록 그 나라 경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는 전문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소위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상장기업의 경우 시장이 이들 경영자를 규율하지만, 국유기업에서는 정부가 이들 경영자를 감독하고 규율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이유 때문에 정부규율의 효과는 시장규율보다 훨씬 못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전의 분할과 민영화는 한국경제가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항이다. 한전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한전의 경우 이미 부채가 33조원이 넘고 앞으로도 매년 수조원씩 차입금을 더 늘려야 할 형편이다. 만약 정부가 이번에 한전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정부는 더 이상 민간부문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강요할 자격이나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한 다른 국유기업의 민영화도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는 반드시 한전 구조조정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1997년 초에 노동관계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8월에는 금융개혁 입법을 하지 못해서 그 해 말에 경제위기를 자초한 전철을 밟기 쉬울 것이다.

정구현(연세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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