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사랑 있어 훈훈한 스포츠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9분


‘버려진 아이를 받아들여 행복을 주고 떠난다면, 어찌 인생이 짧고 쓸쓸하다고만 할 수 있으랴.’ 주한 영국대사관 공보관에서 주한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박영숙씨에 관한 소식을 예사롭게 볼 수 없었다. 박씨가 18년간 정든 직장을 떠나게 된 속사정 때문이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수양부모와 연결시켜주는 단체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박씨. ‘수양부모협회 쉼터’로 쓸 집을 구입하며 진 빚에 따른 이자 부담을 견딜 수 없어 결국 퇴직금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게 퇴직 결심의 배경이었다. 어린이들 돌보기. 그리고 직장 옮기기. 무엇이 박씨로 하여금 쉽지 않은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하게 했을까. 사랑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들은 스포츠에도 적지 않다.

우선 ‘사랑의 3점슛’ 스타 정인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프로농구 원년부터 3점슛 한 개에 1만원씩 적립해 시즌이 끝날 때마다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 단체인 국제아동기금에 보내왔다. 그런 그가 올 시즌에는 3점슛 행사를 하나 더 보탰다. ‘환경 3점슛’이다. 소속 팀 골드뱅크의 연고지인 여수가 2010년 세계해양박람회 후보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3점슛 한 개에 1만원씩을 적립해 청정해역 보존기금에 보태기로 한 것이다.

사랑과 순수한 마음 덕일까. 프로농구 원년의 3점슛 왕인 정인교는 지난주 프로농구 최초로 3점슛 500개를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그의 클린슛은 그의 은근한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정인교뿐만 아니다. 서장훈(SK) 현주엽(골드뱅크) 문경은(삼성) 주희정(삼성) 등 많은 프로농구 스타들이 득점 리바운드 트리플더블에 얼마씩을 적립하는 식으로 소년소녀가장 심장병어린이 북한어린이 등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고 있다. 삼보의 허재와 양경민도 최근 홈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혀 받은 상금 30만원씩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선수들의 이런 활동에 구단이나 후원단체도 동참하고 있다. 삼보가 백혈병 투병 대학생 수술비 500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는 것도 한 예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스포츠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환자 수술비로 3000만원을 내놓은 프로골퍼 김미현은 버디 때마다 1만원씩을 모으는 ‘사랑의 버디행진’도 시작했다. 또 핸드볼 큰잔치에서 최현호가 골을 넣을 때마다 하나은행은 10만원씩을 결식어린이 후원금으로 보내기로 했고, 프로야구 현대도 심장병 어린이 지원단체에 300만원을 전달했다.

사랑이 있는 스포츠. 역시 세상을 훈훈하게 하지 않는가.

윤득헌<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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