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할 줄 모르는 민주당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58분


검찰 수뇌부 탄핵안의 국회처리가 민주당의 실력저지로 무산된 사태에 대해 그 당 안에서 자성론이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권여당의 반(反)의회적 행태에 분노했다가 그나마 내부 자성론이 인다는 소식에 위안을 삼은 국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어제 언행은 국민에게 이런 위안조차 못주겠다는 듯 오만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언론이 우리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쓰고 있는데 밀리면 안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의원총회를 수십번 하고 결정했는데 무슨 자성론이냐. 자성론을 얘기한 사람이 누군지 이름을 밝혀라”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여당 지도부의 인식과 언행이 이 정도니 정치가 정상화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본란이 이미 밝혔듯 여당의 탄핵안 처리 저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대사건이다. 실정법과 의회주의 원칙을 무시했고 이로 인해 사회전반의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간데 대해 여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민주적 해결책을 내놓을 법도 한데 오히려 “뭐가 잘못이냐”며 큰소리만 치니 적반하장도 이런 경우가 없다.

게다가 서대표는 한나라당의 탄핵발의에 대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총공세를 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현재의 탄핵 사건과 과거의 민주화 문제를 대비시키는 것이 옳은지 우선 의문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이번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해 어떻게 변명하려고 민주화세력 탄압 운운하는지 딱하다는 생각도 든다.

원칙을 깬 국회운영에 대한 내부반성의 목소리는 누르고 외부의 비판과 지적은 ‘반민주’라며 매도하는 정당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이런 판국에 민주당은 국회를 단독으로 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적자금과 예산안의 심의 처리가 시급하다며 으름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말로 경제를 볼모 삼아 국회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덤터기 씌우려는 전략이라고 본다.

경제도 어렵고 국회에서 처리할 안건이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먼저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문책할 사람은 한 다음 국회를 복원시키는 것이 순서다.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김대통령이 뒤에서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나라사정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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