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부재자표차 적을땐 승복 안할듯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33분


“이제는 정말 차기 대통령 당선자를 알게 될까.”

대통령 선거(7일) 후 열흘이 지나도록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채 개표 혼란이 계속되는 데 지친 미국 유권자들은 18일 플로리다주의 부재자 투표 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면 끝이 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수천표 이겨야 승산▼

▽당선자 확정〓플로리다주 일반투표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300표 뒤지고 있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공화당은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최종 개표 결과가 공표되면 이에 승복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고어가 더 많은 표를 얻어 플로리다에서 승리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명분이 없다.

반대로 부시가 큰 표차로 고어 후보를 ‘확실히’ 꺾는 경우에도 승부가 끝난다. 예컨대 부시 후보가 몇 천표 차로 앞서 고어 후보가 설령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에서 어느 정도 표를 더 얻더라도 당락을 뒤집지 못할 것이 분명해진다면 여론은 부시 후보의 당선 쪽으로 기울 것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고어 후보로서는 더 이상의 소송을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하고 ‘차기’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된다.

▼'수검표 공방' 오래갈 가능성▼

▽혼란 당분간 지속〓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표 이후에도 당락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부재자 투표에서 큰 표차로 지지 않는다면 팜비치 등 현재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중인 카운티의 재검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패배를 인정치 않고 재검표 결과를 최종 개표결과에 반영하도록 집요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리다주 선거당국은 67개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에 대해 해외 부재자 투표 개표 결과를 늦어도 18일 정오(현지시간)까지 인증해 팩스로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각 선거감독위는 우정국으로부터 도착시한인 17일 중에 더 이상 도착할 해외 부재자 투표 서한이 없다는 확인을 받으면 그때까지 받아놓은 해외 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표에 착수하게 된다.

오키초비 카운티의 경우 오후 3시경 선거감독위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개표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선거관계자를 우편 집중국에 직접 파견해 부재자 투표를 갖고 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팜비치에서는 부재자 투표 개표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자정 이전에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따른다. 첫째는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이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를 뒤집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중인 팜비치 카운티 등에서 고어 후보가 일반투표 및 부재자 투표에서의 패배를 상쇄할 만큼 많은 표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둘 다 민주당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리건주 등 새변수 남아▼

▽플로리다만으로는 결정 못하는 경우〓최악의 경우 플로리다주의 최종 개표 결과에 불복하는 공화 민주당의 지루한 소송과 맞소송이 계속돼 누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했는지 확정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선거인단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게 돼 있는 다음달 18일까지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의 향방이 가려지지 않는다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플로리다주를 제외한 513명만으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또 특정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더라도 다른 주의 개표 상황에 변동이 생겨 다른 후보가 당선되는 극단적인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공화당이 경합지 가운데 아이오와주에 대해서는 재검표 요구를 포기했지만 위스콘신 오리건 주 등 몇 천표 차로 석패한 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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