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상대에서 왼손에 순금의 야구볼 트로피를, 오른손엔 꽃다발을 들고 웃었다. 그 웃음은 천재성이 아닌, 땀으로 일군 웃음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91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쌍방울 구단에 문을 두드렸을때만 해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계약금 0원에 연봉 6백만원. 그로부터 프로생활 3년. 3년간 안타 21개, 홈런 3개, 타점 8개. '형편없는' 성적표. 그에겐 30년같은 세월이었다.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좌절을 맛봤다.
93년 인생의 전환점이 왔다. 조범현 배터리 코치를 만나면서 지옥훈련을 시작했다.연습생의 좌절을 몸으로 느끼며 홀연히 칼을 갈았다. 총알같은 송구, 철벽같은 블로킹, 뛰어난 투수 리드. 국내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떠올랐다.
96년엔 골든글러브. 98년 당시 역대 최고액인 9억원의 트레이드 머니. 2000년 홈런왕에 이은 최우수선수.
하늘이 내려준 천재보다 땀과 피로 일군 인재가 아름답지 않은가. 얽힌 실타래처럼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땐 '연습생 박경완'을 떠올리자.
최영록/ 동아닷컴기자 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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