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용갑발언'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13분


여당인 민주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비난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발언이 매우 적절치 못하다는데 대해서는 구태여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김의원이 자기 발언의 근거를 ‘택시기사의 얘기’라고 둘러댄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에도 걸맞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김용갑 발언’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여당의 과민한 대응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김의원의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이나 우리 사회 일각의 생각이 어떠하든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회 파행의 결과를 빚은 것을 옹호할 뜻은 추호도 없다. 아울러 당 총재가 유감의 뜻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속시원하다’는 식의 원색적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정치인 개개인의 사상이나 생각이 어떠하든 신중하고 절제된 발언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야가 어제 오후 김의원의 사과 방식을 국회의장과 협의하고 야당총무가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 국회 본회의를 속개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김의원의 출당까지 요구하는 지나친 공세로 국회를 만 하루 이상 공전시킨 것은 여전히 유감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민주당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사람과 함께 국정을 논할 수 없다”는 식의 흑백논리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남북문제와 관련된 ‘남남(南南)갈등’의 문제는 갈등 그 자체보다 갈등을 풀어가려는 국민합의 노력을 소홀히 하는 데 있다. 남북문제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사회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적 에너지로 통합해나가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도자의 할 일이고 정치의 몫이다. ‘김용갑 발언’ 파문의 해법도 이런 큰 틀에서 찾아져야 한다.

아무튼 부적절한 발언 하나로 국회가 파행을 겪는 사태가 또다시 벌어져선 안된다.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고 있고 국민은 불안하다.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 공적자금 조사 등 국회가 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판국에 집권여당이 국회를 하루 이상 공전시킨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하기 어렵다. 이제 보다 성숙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책임이 집권여당에 보다 크게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