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김의원의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이나 우리 사회 일각의 생각이 어떠하든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회 파행의 결과를 빚은 것을 옹호할 뜻은 추호도 없다. 아울러 당 총재가 유감의 뜻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속시원하다’는 식의 원색적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정치인 개개인의 사상이나 생각이 어떠하든 신중하고 절제된 발언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야가 어제 오후 김의원의 사과 방식을 국회의장과 협의하고 야당총무가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 국회 본회의를 속개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김의원의 출당까지 요구하는 지나친 공세로 국회를 만 하루 이상 공전시킨 것은 여전히 유감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민주당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사람과 함께 국정을 논할 수 없다”는 식의 흑백논리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남북문제와 관련된 ‘남남(南南)갈등’의 문제는 갈등 그 자체보다 갈등을 풀어가려는 국민합의 노력을 소홀히 하는 데 있다. 남북문제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사회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적 에너지로 통합해나가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도자의 할 일이고 정치의 몫이다. ‘김용갑 발언’ 파문의 해법도 이런 큰 틀에서 찾아져야 한다.
아무튼 부적절한 발언 하나로 국회가 파행을 겪는 사태가 또다시 벌어져선 안된다.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고 있고 국민은 불안하다.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 공적자금 조사 등 국회가 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판국에 집권여당이 국회를 하루 이상 공전시킨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하기 어렵다. 이제 보다 성숙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책임이 집권여당에 보다 크게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