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정몽준-이연택공동위장 ‘티격태격’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7시 39분


2002월드컵조직위원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공식출범한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 체제인 월드컵조직위는 지난달 중순 최창신 전사무총장이 ‘홈페이지 오류사건’으로 사퇴한 이후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과거 월드컵 유치에 관계했던 S씨가 거론됐다가 다시 M씨가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탈락되고 마지막으로 이상철 한국체대총장이 내정된 상태로 질질 끌고 있다.

사무총장 후임자가 잇따라 바뀌게 된 것은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이 서로 자기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앉히려고 줄다리기를 계속하자 급기야 문화관광부가 중재안을 내놓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

문화부의 중재 카드가 바로 이상철 한체대총장(58).

그러나 이상철 한체대 총장에 대해 느닷없이 대한축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98년 4월 이상철 총장이 특정신문의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새로운 월드컵축구주경기장 건설보다는 올림픽주경기장을 개보수해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축구발전과 거리가 있으며 행정력도 염려된다는 점 등을 반대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축구협회 외곽조직인 OB축구회 등도 이상철 총장의 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내정 반대를 위해 비상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같이 축구협회를 비롯한 축구계 일각에서 이상철 총장을 반대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이 총장이 정몽준 회장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

정부의 입장 또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동위원장이라는 기형적인 운영체제를 출범시켜 비난을 받고있지만 정부는 월드컵축구가 단순히 정몽준 회장 개인 또는 축구협회의 일이 아니고 국가적인 대사인만큼 주무부처의 적극적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최악의 경우 ‘이상철 카드’ 대신 다른 카드를 꺼낸다하더라도 정부는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이상 결코 정몽준 회장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더욱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축구는 최근 김한길 문화부장관과 정몽준 축구협회장, 유상부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이 모여 한 목소리로 축구를 살리자고 한 것이 자칫 구호에 그치고 말 것으로 우려된다.

사무총장을 놓고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된다’식의 줄다리기는 결국 여론의 빗발치는 반대에도 불구, 공동위원장제라는 기형적인 조직을 출범시킨 정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지 않는 한 그만큼 월드컵과 한국축구는 만신창이가 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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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동아닷컴 기자 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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