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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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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계약하자는 연락이 없네요.” 그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1년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강성’ 대변인으로 휘젓고 다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유는 한가지죠. 구단들에 찍혔기 때문 아니겠어요. 미운 털이 박힌거죠. 하지만 운동을 여기서 그만두더라도 여한은 없습니다. 선수협의회를 시작할 때 어차피 운동을 그만둘 각오를 했으니까요.”
선수협의 실체가 비로소 인정받았을 때 환호하던 강병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 뒤로 그의 야구인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두산에서 트레이드 돼 처음 입은 SK의 유니폼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시즌전 개인 전지훈련 관계로 구단,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은 뒤부터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가 문제가 되기도 했고 훈련태도를 놓고 부닥치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는 “팀워크를 깨는 문제아”라고 했고 강병규는 “나만 갖고 못살게 군다”고 했다. 당연히 운동을 할 의욕이 생길 리 없었다.
전반기에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더니 후반기엔 아예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시즌 성적은 11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 8.44. 지난해 13승9패를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선발로 활약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시즌 뒤 트레이드마저 여의치 않자 SK는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했다. 가능성 있는 투수임에도 현재 그를 부르는 구단은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강병규는 요즘 생각이 많다. 야구를 그만둘 경우 뭘 할까 고심중이다. 방송계에선 잘 생긴 외모와 입담을 갖춘 그를 탐내고 있다. 하지만 강병규는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딴 생각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도 어차피 야구판을 떠나면 살기 힘든 ‘야구쟁이’이기 때문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