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축구 "형·아우가 서로 닮는다지만…"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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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청소년팀이 중국에 0대1로 패하며 암담한 한국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시드니 올림픽과 아시안컵의 부진으로 위기설이 팽배한 한국축구계에 청소년팀의 대중국전 패배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경기내용면에서 보여준 것은 성인대표팀이나 청소년대표팀이나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획기적인 개혁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

중국전에서 나타난 청소년팀과 성인대표팀과의 공통된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문제점은 공격수가 수비수 하나를 제칠 수 있는 개인기가 없다는 것. 성인대표팀 역시 상대 수비 하나를 앞에 두고 허둥대더니만 청소년대표팀 역시 시원스럽게 돌파할 수 있는 개인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축구선수의 개인기가 17~18세 전후에 완성된다는 점에 입각해본다면 한국축구계에서는 이 나이까지 개인기를 배울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팀의 승리를 위해 동료를 찾아 패스를 하든지 아니면 뻥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한국이 유소년축구의 현실.

또 하나의 문제는 허둥대는 수비진. 13일 벌어진 경기에서도 한국팀은 중국의 공격수 한명의 개인기에 완전히 농락을 당하며 골문을 열어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성인대표팀이나 청소년팀이나 모두가 수비진영에 공 하나 들어오면 마음만 바쁘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이지 못해 수적인 우세속에서도 골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인은 부족한 경기 경험 탓과 공격수 우선주의에 입각한 뛰어난 수비수 배출의 실패다. 언제나 최고 연봉은 공격수의 몫이니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굳이 수비수를 하려고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성인대표팀을 바쳐주고 있는 홍명보와 같은 대형 수비수가 나타나질 않는다.

이처럼 유능한 수비수가 없다면 잦은 경기경험으로 어떤 상황이라도 당황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데 그또한 쉽지 않다. 1년에 고작 10경기를 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무슨 경험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시아 축구 정상권에서 멀어지기 전에 동아시아 3개국 중에서 벌써 3위로 쳐질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축구. 세계축구로의 발전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의 위상재건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분명하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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