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책읽기에 빠진 '행복한 청소부'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34분


□행복한 청소부 / 모니카 페트 글, 안톤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32쪽 7500원 풀빛

자기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최고’로 인정받는 행복한 표지판 청소부였다.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매일 닦는 표지판에 씌여있는 작가와 음악가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음을 깨달은 날부터 그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고 그 작가들의 책을 읽었다. 청소부 아저씨는 이제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며, 가곡을 부르며,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았다.

그러다가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을 읽었고 이제는 글루크 모차르트 괴테 등의 너무도 소중해진 글자를 닦으며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들은 아저씨의 강연을 들으러 그가 일하는 사다리 밑에 모여들었고 기자도 찾아왔다. 대학으로부터 강연도 부탁 받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라고 말한다.

배움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동화다.

옛 어른들은 “공부는 ‘때’가 있다” 하시며 어린 시절에 공부할 것을 강조하셨다. 그러나 책을 향해 머리가 아닌 마음이 열린 때가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이 동화를 읽어준다면 아이들은 청소부 아저씨가 책을 통해 얻게되는 기쁨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어른은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바로 마음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때라고 느낄 것이다.

인물들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빛의 대비가 아름다운 그림이 내용의 이해를 돕고 편안한 정서를 심어줄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그림동화지만 굳이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읽어주도록 권하는 것은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는 누구나 권하고 싶다.

윤경희(주부·37·서울 도봉구 창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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