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주희/정선 카지노촌 레저타운 만들자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강원 정선에 카지노가 생겨 주말, 주중 할 것 없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개장 초기의 일시적인 과열현상이라면 다행이지만 우리 국민 중에는 투기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돌림병이 돼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세계 제일의 카지노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청에서 인턴으로 장기간 머물면서 그곳의 오락문화를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그곳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주로 카지노를 ‘즐기기 위한 장소’로 인식하는 반면 우리 관광객은 돈을 따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한번 앉았다 하면 두세 시간은 보통이고 밤을 새워가며 열중하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은 카지노가 아무리 유혹해도 별로 이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라스베이거스 시청 공무원들은 카지노에서 즐기는 것을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게임들이 우리네 놀이 행태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요즘 간간이 몇푼 들이지 않고 대박이 터졌다는 보도는 우리 국민을 “카지노에 한번 가봐야지”하면서 안달복달하게 만들고 있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게임 중 블랙잭, 바카라, 다이사이, 빅휠 등은 거의 확률에 기초한 것이지만 가장 손쉽고 나홀로 즐길 수 있는 슬롯머신은 다르다. 슬롯머신의 승률이 90% 가까이 된다고 하니 나에게도 행운이 쉽게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승률 90%는 슬롯머신 한 대가 벌어들이는 돈의 90%를 운 좋은 고객 몇 사람에게만 횡재를 안겨준다는 것이지 고객 90%에게 행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뼈가 빠지게 번 돈을 카지노에서 한순간에 날려버린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카지노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많은 액수의 돈을 날리기 때문에 정말 주의해야 한다. 카지노에서 죽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잃은 사람은 잃었기 때문에, 옛날에 잃었던 돈 생각 때문에, 어젯밤 용꿈 때문에, 엄청난 행운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착각 때문에 도박을 계속한다. 그래서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유일한 방법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라스베이거스는 도박도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가족관광지, 회의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지노가 아니더라도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쇼나 게임, 영화, 연극, 서커스, 전시회, 각종 이벤트, 놀이 시설 등 각종 즐길거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선의 카지노는 아직 그런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밤을 새워 고스톱을 치며 열중하는 국민의 끈기가 카지노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될 것 같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정부와 강원도는 정선지역에서 카지노를 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순수한 쇼나 이벤트, 관광자원을 폭넓게 개발해 국민이 카지노에만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주희(국가전문행정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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