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고어-부시 마지막 유세…최후까지 박빙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27분


결전을 하루 앞둔 6일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게 짧고도 긴 하루였다. 두 후보는 아침부터 한밤까지 몇 개의 전략 주를 이동하며 대선 레이스의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는 최후의 번개 유세를 벌였다. 부시 후보는 마지막 유세지로 ‘적진(敵陣)’을 선택했다. 그는 고어 후보의 출신지역인 테네시주를 시작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위스콘신과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인 아칸소주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부시 적진 테네시서 大尾▼

부시 후보가 선거인단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 주를 순회한 것은 그만큼 당선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 그는 첫 유세지인 테네시주의 채터누가에서 “고어 후보는 고향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나 수도 워싱턴에선 혹시 몰라도 테네시에선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부시 후보는 또 위스콘신주 그린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이제 하루만 있으면 클린턴―고어 행정부를 종식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그러나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며 지지자들에게 꼭 투표에 참석할 것을 신신당부, 박빙의 접전에 따른 심적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어 30시간 논스톱 강행군▼

반면 고어 후보는 아이오와 미주리 미시간 플로리다 테네시주를 잇는 30시간 논스톱 유세를 벌였다.

그가 최대의 승부처로 마지막 유세지인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유세장에 부인 티퍼여사와 함께 들어서자 유세장은 ‘고어’를 외치는 연호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는 “플로리다는 미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도시인데 플로리다의 번영을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으로 확산시킬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 스티브 원더, 로버트 드니로, 벤 애플렉 등 지지 연예인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에 앞서 그는 첫 유세지 아이오와 워털루의 한 공장 앞에서 빗속에 모인 유권자들에게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모든 것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기자 출신인 티퍼여사는 옆에서 청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고어 후보는 최근 부시 후보와의 지지도 차를 좁혀 고무된 표정으로 “우리는 승기를 잡았으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는 미시간주에선 자동차노조원들에게 “나는 항상 여러분의 편이었다”며 거대 기업에 맞서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예측 어렵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부시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27개 주에서 235명을 확보, 당선권인 270명에 35명 차로 접근했으며 고어 후보는 13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207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합중인 선거인단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10개 주 96명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지는 CBS방송과 공동으로 전국의 유권자 1356명을 상대로 1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 면에선 부시가 고어를 46%대 41%로 앞서고 있으나 선거인단 면에서 두 후보가 모두 당선권에 근접, 결과를 예상키 어렵다고 보도했다.7일 0시 가장 먼저 선거를 치른 뉴햄프셔주의 작은 해안 마을 딕스빌 노치에선 유권자 56명 전원이 투표를 마친 결과 부시 후보가 38표를 얻어 18표를 기록한 고어 후보를 앞섰다.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이 곳에서 4년 전 공화당의 밥 돌 후보가 31표를 획득해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20표)를 눌렀으나 결국 패배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