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영이/日 무급사장의 회사살리기

  • 입력 2000년 11월 7일 18시 53분


최근 일본에서는 한 종합상사의 무급(無給)사장 이야기가 화제다. 주인공은 이토추(伊藤忠)상사의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61)사장. 그는 월급은 물론 상여금이나 수당 등도 일절 받지 않는다.

이토추상사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형종합상사다. 니와 사장이 4월 처음으로 무급선언을 했을 때 직원들은 물론 일본 재계 전체가 설마 하며 놀랐다. 종합상사들이 어렵기는 하지만 사장이 월급을 반납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와 사장은 단호했다. 거품경제기 과잉투자의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토추상사에는 여전히 흥청망청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무급선언을 한 직후 임원의 보수를 30∼50%씩 삭감하고 상여금을 없앴다.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등 사내문화개혁을 추진했으며 정년이 지났어도 특별고문 등의 명목으로 회사에 남아있던 퇴직임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곧 사장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전달되면서 무로후시 미노루(室伏稔·69)회장까지 무급선언을 하고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다.

니와 사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전철로 출퇴근하고 회식이 없는 날은 사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권위적이고 낭비투성이인 사내문화를 바꾸려고 고군분투중이다.

사장의 노력 덕분인지 이토추의 올해 영업이익은 과거 최고였던 89년의 913억엔(약 91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니와사장은 내년 3월까지 현재 1027개나 되는 계열사를 700여개로 줄이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은 그룹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지만 아무도 솔선수범하는 사장에게 불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일 휘청거리는 한국 기업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도 니와 사장 같은 인물이 많이 있다면 어떨까. 사장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면 뒤따를 직원이 한국에도 많을까.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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