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사치품과 명품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0분


한달여 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벌어졌던 루이뷔통 직매장 개업기념 호화파티의 후일담이 무성하다.

3000여명이 몰려든 이 행사에 루이뷔통 측은 8억원을 썼다. 하지만 1주일만에 본전을 다 뽑고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후일담 첫번째다.

파티날 흑인 무용수들이 선정적인 춤을 추는 등 극도의 소비적 향락적 분위기를 연출해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루이뷔통 본사는 ‘아시아 최고의 전략요충지에서 선전 한번 잘했다’며 이번 행사를 총괄했던 루이뷔통 홍콩지사장을 자매 브랜드인 ‘셀린느’의 프랑스 본사 사장으로 승진발령을 냈다. 후일담 두번째다.

외국에서는 ‘럭셔리(Luxury)’라고 표현되는 제품을 우리는 ‘명품’이라고 부른다. 영어사전 속의 ‘사치품’‘구하기 힘든 물건’이 우리에게는 신분의 상징으로 갈수록 열망되는 추세다.

이탈리아 명품 ‘에르메네질도 제냐’ 본사의 파올로 제냐 사장은 지난달 방한해서 “서울 시장이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에 이어 박빙의 차로 아시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에는 11개, 상하이에는 7개 지점이 있는데 비해 서울엔 청담동점 1개뿐인 것을 고려하면 점포당 매출은 가히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명품 열기엔 스타들도 한몫 한다. 겐조 페라가모 샤넬 등의 패션쇼에 스케줄을 미뤄가며 꼬박꼬박 참석해 작게는 50만원대 명함지갑부터 200만∼300만원대 구두 한 켤레, 핸드백 하나씩의 공짜선물을 챙겨간다. 행사가 끝나면 “선물 아직 못받았다”고 떼를 쓰는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구경하기도 별반 어렵지 않다.

경제가 어려우니 명품 소비를 줄이자는 말은 촌스럽고 또 논리에도 과히 맞지 않는다. 그러나 내수경제의 각종지표가 좋지 않고 퇴출기업이 속출하는 요즘, 아시아 최고의 명품소비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모습은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조인직<이슈부>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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