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源性의원의 ‘연구’ 밝혀져야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15분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30년 동안 검찰에 몸담았던 법률가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놀랍고 한편으론 두렵기까지 하다.

검찰 서열 2위인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민주당 이원성(李源性)의원의 발언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가 지난 주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말은 검찰의 ‘정치적 역할’을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법전(法典) 속의 용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검찰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치판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검찰 재직시 따르는 몇몇 검사들에게 그런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해괴한 발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치판에서 퇴출시킬 사람은 퇴출시켜야 하며 집권 여당이 그만한 힘도 없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력을 동원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이런 수뇌부 밑에서 검사들이 소신껏 직무를 수행했으리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다수의 검사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의원이 말한 그를 따르는 검사가 있었고 그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검찰이 지금은 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 7월 현직 검사가 내부통신망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것도 이같은 맥락일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의원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재판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당 차원의 대응책’을 촉구했다. 삼권분립정신조차 망각한 그가 어떻게 국정을 거론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한 퇴출대상 정치인은 바로 그 자신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더군다나 그는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깽판을 놓더라도 국감 증인채택을 막아야 했다”며 열을 올렸다고 한다. 어디서 깽판을 놓는다는 말인가. 이 정도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원은 의원총회라는 공식석상에서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우선 정치판 개혁조치를 누구에게 지시했는지, 어떤 연구결과가 나왔는지,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닌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다수의 순수한 검사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검찰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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