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최유신 리타워그룹회장, 하버드대출신 인수합병 전문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최유신(崔裕信·31·미국명 찰스 스팩맨) 리타워그룹 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타워텍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시아넷 인수를 위해 리만브러더스의 자금을 들여온 것은 재경부 산자부 금감원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해 전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회장은 “주가조작과 관련해 나를 포함한 리타워텍 직원 누구도 금감원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데이트레이더들의 허매도와 허매수가 기승을 부려 두 달 전쯤 ‘작전’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단 3시간 만에 거금이 오갔다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한번 결제자금으로 쓰면 되기 때문에 빨리 갚은 것이다. 오래 머물면 이자비용만 늘어난다. 3시간이라는 것은 외환관리법상 외화가 들어왔다 나가려면 하루가 경과해야 하므로 자정을 넘기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소요됐다. 재경부와 상의를 한 내용이다. 관련된 공문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의 귀재’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까지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석진(崔石振)푸르덴셜생명보험 아태지역 회장의 아들인 그는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자딘플레밍증권과 스미스바니은행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한국통신과 대만 퍼시픽그룹의 CT―2 합작사업을 성사시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홍콩의 거물 기업가 앨버트 수엔과 손을 잡고 홍콩과 중국의 전자통신 시장에 뛰어들어 회사를 세우거나 사들여 가치를 키운 다음 매각하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 97년 3월 10만달러로 설립한 중국 쥬싱텔레콤의 지분 65%를 불과 6개월 후 삼성전자에 4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한 게 대표적인 예. 이후 최회장은 하버드 동문들과 창업자금 3억원으로 리타워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지역의 인터넷지주회사를 표방한 아시아넷의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최회장은 올해 1월 리타워텍의 전신인 파워텍을 인수하면서 국내 무대에 등장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주식 스와핑(맞교환)’을 통해 여러 개의 기업을 인수했고 산업용 송풍기생산업체였던 파워텍은 그의 손을 거치면서 인터넷지주회사인 리타워텍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현금은 거의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리타워텍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인수 등의 재료를 시장에 내놓았고 인수 당시인 1월 2만원대이던 주가는 불과 4개월 후인 5월18일 36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180배나 뛰어올랐다.

<금동근·홍석민·문권모기자>smhong@donga.com

▼민주 곽치영의원 주주명단에 포함

리타워텍의 주주에는 민주당 곽치영(郭治榮) 현역 의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곽의원은 작년 10월 아시아넷 주식 13만3334주를 약 2억2000만원(주당 1.5달러)에 인수했다. 리타워텍은 7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아시아넷 지분 100%를 인수했고 아시아넷 주주들은 합병비율(7대 1)대로 리타워텍 주식을 받았다.

이때 곽의원이 받은 리타워텍 주식은 1만9047주. 하지만 9월15일 100% 무상증자 실시로 주식은 3만8095주로 늘어났다. 곽의원 보좌관은 “당시 데이콤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아시아넷이 아시아지역 정보통신(IT) 분야 저명인사들을 주주로 참여시켰다”며 “인터넷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사업계획이 타당성이 있어 참여했다”고 말했다.리타워텍 주가는 금감원의 주가조작 혐의 조사 소식으로 하한가까지 밀렸다. 주가는 한때 36만원까지 폭등했지만 A&D(인수개발)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30일에는 1만4250원까지 추락했다. 곽의원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한때 수십억원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5억400만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3억2000만원은 벌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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