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포르노산업 '날로 쑤욱~쑥'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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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피터맨은 유타주의 프로보에서 디즈니의 고전적인 작품부터 노골적인 성애장면을 담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구비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다가 지난해에 외설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의 변호사인 랜디 스펜서는 법원 창문을 통해 프로보 매리어트 호텔을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조사원을 그 호텔로 보내 투숙객들이 호텔에 설치된 유료채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성애영화들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오도록 했다. 그는 또한 이 도시의 사람들이 케이블 TV와 위성 TV를 통해 유료로 시청하는 성애물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기록도 입수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자부하는 유타 카운티의 주민들이 불법 음란물로 규정된 비디오들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보고 있음이 밝혀졌다. 스펜서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정에서 자그마한 비디오가게 주인인 피터맨씨를 기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피터맨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피터맨의 재판은 예전에 상업활동의 변방에만 있었던 포르노 산업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집에서 피자보다 더 쉽게 포르노 필름을 주문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의 발전과 광범위한 법적 보호를 제공해주는 법원의 판결 덕분에 사람들의 성적인 욕망을 담은 영상을 판매하는 사업은 미국에서 연간 1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산업이 되었다. 또한 이 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노골적인 성애물을 영화와 인터넷을 통해 배급하고 있는 최대의 배급사들 중에는 유명한 기업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우선 제너럴모터스(GM)는 매년 유명한 포르노 사업가인 래리 플린트보다 더 많은 성애영화를 판매하고 있다. GM 계열사인 다이렉TV의 가입자들은 유료 위성채널을 통해 1년에 거의 2억달러 상당의 성애영화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GM은 이 추정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위성 프로그램 공급자 중 제2인자이며 루퍼트 머독과 같은 사람들이 재정후원을 하는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스는 성애영화 판매를 통해 플레이보이사의 잡지, 케이블, 인터넷 사업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 역시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광대역 케이블 TV를 통해 핫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하드코어 성인채널을 제공하고 있으며 거의 100만개에 달하는 호텔 방에 성애 비디오를 판매하는 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류기업들은 섹스를 상품으로 내놓아 합법적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주제를 드러내놓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형 위성 TV와 케이블 TV 회사들은 X등급 프로그램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으며 연례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을 모호하게 얼버무려 표현할 뿐이다.

그러나 기업들 중에는 자신들의 포르노사업을 그렇게 숨기려하지 않는 곳도 있다. 호텔에 성애 비디오와 기타 오락물을 제공해 연간 1억80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로지넷의 대변인 앤 파커는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도 하는 훌륭한 기업시민”이라고 말했다. 또 하드코어 성애 비디오와 인터넷 성인물의 최대 공급자인 비비드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내년에 최초공모주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이 최초공모주가 성공을 거둔다면 비비드는 최초의 포르노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포르노산업이 이처럼 번영을 누리고 있는 데에는 기술의 발전이 기여한 바가 크다. 옛날에는 노골적인 성애물을 보려면 도시의 후미진 지역으로 가서 성애물 전문 영화관이나 서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VCR가 등장하면서 가정에서도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 볼 수 있게 되자 ‘디프 스로트’라는 포르노 영화가 무려 1억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VCR보다 훨씬 편한 케이블 TV와 위성 TV, 그리고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굳이 비디오가게에 가지 않더라도 성애물을 집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포르노에 대한 법의 차단벽도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1973년에 미국 대법원은 “평범한 사람이 당대의 사회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외설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불법 포르노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억달러 어치나 팔려나가는 포르노 영화가 등장하는 마당에 과연 당대의 사회적 기준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외설적인 이익:사이버시대의 포르노그래피 사업’이라는 책을 쓴 프레데릭 레인은 “법원은 외설의 결정권을 지역사회에 넘겨주었는지 모르지만 그 지역사회의 기준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23/technology/23POR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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