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백진현/北-美접근 다각적 분석 아쉬워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4시 09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미 각료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변화의 실체이다. 과연 지금 진행중인 변화는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제 한반도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듯이 남북화해-북미해빙-북일수교로 이어지는 선순환(善循環)의 과정에 들어선 것일까. 아니면 남북 연방제 통일-북미 평화협정이라는 북한의 오랜 대남-대미전략 목표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단 반세기만에 한반도의 냉전구조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변화에 압도당해서 변화의 진행방향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의도와 현실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과도한 의구심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근거 없는 낙관론이나 모호한 희망은 변화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양(外樣)과 본질을 구별하고 연출(演出)과 진실을 가려볼 수 있는 예안(銳眼)이 필요하다. 그저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식의 정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북-미간 접촉만 있으면 통미봉남 (通美封南)으로 간단히 치부하는 시각도 현재 진행중인 한반도의 복잡한 게임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론의 균형 잡히고 심층적인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주 동아일보는 올브라이트장관의 평양방문이라는 대형뉴스를 연일 다각도로 다루었지만 이를 최근의 한반도 변화라는 큰 맥락에서 짚어보는 분석적 시각이 다소 약했다. 북-미관계에 대한 평가(가령 10월 25일자 사설)도 문제의식이 미흡한 느낌이다. 클린턴 방북을 포함한 북-미 접근을 우리시각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지,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한 균형잡힌 평가가 아쉽다.

북-미간 현안인 미사일 문제도 개발 배치 수출 시험발사, 단 중 장거리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정치 외교 안보적 함의를 지니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인 만큼 평양회담의 미사일 논의를 이런 관점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올브라이트 방북과 거의 동시에 있었던 중국 국방부장의 방북을 대비시켜 미-중간 한반도 외교주도권 각축의 관점에서 다룬 기사(10월 23일, 24일자)는 일리 있는 내용이지만 외교문제를 너무 단순화해 흥미위주로 맞춘 듯한 느낌이 든다.

날로 긴장이 더해가는 중동사태에 대한 상세한 보도와 최근의 분쟁 배경에 대한 기사(10월 25일, 26일자),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대선 보도 등 활발한 국제면 기사들은 세계정세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백진현(서울대 교수·국제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