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신간]선인들이 본 하늘, 별 그리고 우주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6분


■'한국천문학사'/ 나일성 지음/ 246쪽, 1만3000원/ 서울대출판부

■'우리 조상은 하늘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정성희 지음/142쪽, 3900원/ 책세상

이 두 책은 다 같이 한국의 천문학사를 다루고 있다. 이런 책이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출판 형편에 대단히 고마운 성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두 책은 무척 대조적이다. 우선 지은이가 대조적이다. 한 사람은 연세대 명예교수로 나이든 남성 천문학자인데 다른 이는 젊은 대학원 여학생이다. 나교수의 책이 모양부터 246페이지에 두꺼운 겉장을 한 전문서 모습인 데 비해 정씨의 책은 142쪽의 문고판이다.

실제로 책의 차례를 훑어보면 그 콘트라스트는 더 두드러진다. 나교수의 책은 우리 역사상의 천문대와 천문 기관, 천문도, 세종 이후의 천문 기구, 측우기와 기상학, 역법과 달력 등 여러 주제를 차례로 다루는데 비해, 정씨의 책은 동양의 우주론과 한국의 전통 우주관, 서양천문학의 영향, 우주관의 전환(지원설과 지전설), 그리고 책 뒤에 황윤석의 서양천문학 수용이 보충돼 있다.

이런 내용 소개만으로는 어느 책이 더 전문적인지 간단히 말하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나교수의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의 전통 천문학사를 이 분량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비해, 정씨의 책은 우주관만을 다루고 있어서 훨씬 전문적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자들은 아마 사진이 많은 나교수의 책이 정씨의 것보다 읽기 쉽게 생각될 것으로 보인다. 책 모양으로는 분명히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나교수는 천문관측에 평생을 바치고 정년 퇴임한 저명한 천문학자로, 최근 20년 동안 한국 천문학사의 연구와 정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퇴임 후 경북 예천에 ‘나일성천문관’을 만들고 천문학 및 천문학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가 서문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에서 ‘한국천문학사’라고 부를 만한 연구가 처음 나온 것은 거의 70년 전 미국인 선교사이자 천문학자였던 카를 루퍼스의 ‘한국의 천문학(Astronomy in Korea)’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분량은 작지만 그 후에는 그만한 책도 나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3년 전 작고한 유경로교수의 글을 모은 ‘한국천문학사 연구’(1998)가 있긴 하지만 체계적 천문학사는 아니다. 나교수의 이 책이 이 방면의 첫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천문학사’는 나교수가 그 동안 연구했던 다른 중요한 부분(예컨대, 우리 역사에서의 망원경 문제 또는 혜성관찰 등)을 다루지 않고 있다. 또 사진은 많은데 대체로 흐리고 기대 이하인 것도 있어 나교수의 사진 기술을 잘 아는 나로서는 예상 밖이다. 또 한글만 사용하려 한 듯한 책에 부분에 따라서는 한문이 너무 많이 실려 있기도 하다. 이런 유감에도 불구하고, 나교수가 이런 책을 낸 것 자체가 대단히 높이 평가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성희는 대단히 어렵고도 중요한 주제를 상당히 쉽고 요령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책 끝의 황윤석(黃胤錫·1729∼1791)에 관한 글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소개로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문을 한자 없이 써 내려간 것은 개인적으로는 마땅치 않다. 괄호 속에라도 한자를 넣었어야 할 대목이 많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대중적인 문고판이 너무 학술적인 냄새를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된다.

박성래(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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