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주한대사관들 아셈준비 분주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서울 외교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20, 21일 이틀간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가하기 위해 본국에서 귀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귀빈도 웬만한 귀빈이 아니라 정상 아니면 적어도 외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최상위급 대표단이다. 주한 대사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귀빈급 대표단이 본국에서 찾아오는 일은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 그 만큼 대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신경은 곤두설 수밖에 없다. 본국에서 대표단이 찾아온 대부분의 아시아 유럽 주한 대사관은 올 초부터 ASEM 준비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했다. 이달초부터는 대사관별로 도상훈련에 돌입했다》

○…찰스 험프리 주한 영국대사를 비롯한 10여명의 영국 대사관 직원들은 19일 오후4시 전용기편으로 입국하는 토니 블레어 총리 일행을 영접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총출동. 영국 대사관측은 총리 일행과 함께 입국하는 영국정부 관계자와 언론인들의 편의를 위해 대사관 직원 차량 외에 중대형 버스 6대와 승용차 6대 등을 렌트. 이날 입국한 영국 언론인은 국영 BBC 방송과 더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 12개사 20여명. 영국 대표단 도착 직후 대사관 지원팀은 영국 대표단이 머무는 하얏트호텔로 직행. 블레어 총리의 일정이 도착 직후부터 한국 재계총수들과의 회담, 전경련 주최 강연 등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대사관 직원들도 눈코 뜰 새 없는 모습. 로스 스패로 영국 대사관 정치담당서기관 등은 하얏트호텔에 방을 잡고 총리 일행을 지근거리에서 보좌.

○…일본 대사관측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일행이 묵는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르네상스 호텔 등 2곳에 긴급 연락사무소를 설치. 대사관측은 올 초부터 ASEM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 본국 대표단 지원 준비는 물론 총리 일행이 사용할 차량을 확보하고 호텔시설 경호문제를 점검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왔다.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는 내주 중 만찬을 갖고 ASEM 준비와 진행을 위해 고생한 대사관 직원들을 위로할 계획.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은 색다른 문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버티 어헌 총리와 함께 방한하는 ‘동반자(Partner)’ 셀리아 라킨 여사를 예우하는 문제가 웬만큼 미묘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

과거 어헌 총리의 비서였던 라킨 여사는 결혼을 앞두고 있으나 아직 정식 부인은 아닌 셈. 아일랜드 대사관은 라킨 여사에 대한 관심이 ‘흥미 위주’로 흐르지 않도록 신경 쓰는 눈치. 대사관측은 “라킨 여사가 다른 정상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식 일정에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부인 시티 하스마 여사가 한국의 의류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자 부랴부랴 동대문 두산타워 방문을 20일 일정에 끼워넣었다. 그러나 같은 날로 예정된 은평 천사의 집 방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두산타워 방문이 결국 무산됐고, 하스마 여사는 몹시 아쉬워했다는 후문.

○…독일대사관은 본국 외무부와 공보부에서 파견된 15명의 대표단과 함께 30여명의 매머드 ASEM 준비단을 구성. 코넬리우스 좀머 외무부 아시아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준비단은 17일부터 인터컨티넨탈호텔에 상황실을 차려놓고 한독 정상회담과 각 분과별 회의의 의제를 검토하는 등 준비에 만전.

〈권기태·정미경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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