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대화/ASEM은 남북평화 정착의 기회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29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란 표어 아래 아시아와 유럽의 25개 국가 정상이 모인 가운데 20, 21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96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1차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 강화'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9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ASEM은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했으나 당시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 논의에 급급해 여력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울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이 '호혜 협력의 파트너'로서 장기적 협력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채택하는 본격적인 협의의 장(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와 유럽의 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두 지역간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그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근세에 들어 아시아와 유럽의 관계는 불행하게도 평등보다는 불평등한 관계에 의해 지배돼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가 이제 다시 내부통합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또 아시아 지역은 지난 20∼3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 유럽과 북미지역에 뒤지지 않는 정치 경제적 힘을 축적하면서 서구세계의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과거 불행했던 관계가 평등 협력관계로 변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트랜스유라시아 정보네트워크 구축사업과 ASEM 장학사업은 양 대륙간의 지리적 거리를 좁히고 실질적인 이해의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ASEM의 또 다른 의미는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현장으로 남아있다가 최근 급속도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인식 수준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이번 ASEM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직접 목도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의 냉전 종식과 평화 유지에 지지를 보내줄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ASEM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질서가 지나치게 북미지역 주도로 형성돼 가는데 대한 공동 대처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90년대 들어 정보와 기술의 발달에다가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세계질서 형성의 축이 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3개 지역이 서로 다른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화로부터 누리는 혜택으로 볼 때 아시아와 유럽지역은 북미지역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와 유럽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대화(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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