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뉴질랜드, 노인위한 눈높이 안전교육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58분


“지난주에 아차하면 사고를 당할 뻔했지요. 그러나 바바라와 함께 나눴던 대화내용을 항상 머리에 담고 조심했기 때문에 아무 부상없이 트럭을 피할 수 있어어요. 다시 한번 세미나에 감사드립니다. 나와 내 친구는 이제 아무리 바쁜 혼잡시간대에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동창들에게도 세미나에 참석하도록 권유할 계획입니다.”

7월 2일 오후6시경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 아내와 함께 소형 승용차를 몰던 스탠리 푸시먼 씨(81)는 교차로에 대기하던 중 반대편 트럭이 급정거하면서 미끄러지듯 자신을 덮치려 하자 핸들을 급히 왼쪽으로 꺾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마음을 놓고 있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상황. 푸시먼 씨는 ‘Safe With Age’ 세미나에서 “늘 전방을 조심하라.

상대방 운전자가 어느 때건 실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던 강사 바바라 씨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뉴질랜드 도로교통안전청(LTSA)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운전자는 1만명당 사망사고 발생율이 5.5%이다.

이는 교통사고 피해가 비교적 많은 17∼20세 운전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 사고발생 후 병원치료 기간도 60대 이상은 19일로 20∼50대(11∼12일)보다 1주일이나 길다.

LTSA는 60세가 넘으면 사고위험성이 높아지고, 또 한번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정도가 심각한 노인 운전자를 위해 노인 안전교육인 ‘Safe With Age’ 세미나를 92년 도입했다.

이는 자신의 운전습관과 신체조건 중 교통사고를 유발할 만한 요인이 있는지,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새로운 교통법규와 교통시설은 무엇인지 등을 강사가 설명하는 안전교육이다.

참석자들은 운전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을 VTR로 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을 벌인다. 세미나는 오전이나 오후에 4시간씩 진행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석자는 12명으로 제한된다.

‘Safe With Age’ 세미나는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원하는 사람만 참석한다.

이에 따라 노인들이 친구끼리 그룹을 만들어 교회나 스포츠 센터에서 자발적으로 듣는 게 대부분이다. 교재는 민간기업인 ‘타워 보험’이 지원한다.

LTSA의 카렌 샌도이 씨는 “세미나에서는 변화하는 신체 특징 및 교통여건에 최대한 적응해 자동차를 이용하라고 강조한다”면서 “의무 교육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체 노인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가율을 높이는게 과제”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전문가 기고▼

뉴질랜드에서는 노인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을 단순히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특징이다. 교통사고를 피할 생각으로 가능한 운전을 자제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라고 교육하는 것.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과 운전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 75세가 되면 운전면허증을 갱신토록 규정해 놓았다. 80세 이후에는 의사가 작성한 신체검사서를 첨부해 운전실습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후 2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인 운전자는 80세에 실시하는 운전실습 시험을 매우 불안해 하거나 두렵게 여기기 때문에 도로교통안전청(LTSA)은 변경된 교통법규 내용, 통행방법, 기기조작 요령 등을 담은 자세한 안내 팜플렛을 나눠주고 면허시험 준비를 돕는다.

호주 도로교통안전청(RTA)은 노인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능력과 위험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노인 운전자 핸드북’을 경찰과 함께 만들어 사회단체들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15개 항목의 간단한 질문을 주고 답변 결과에 따라 점수를 3등급으로 분류한 뒤 위험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RTA의 교통안전 담당관이나 의사와 상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험도가 낮은 노인 운전자에겐 좋은 운전습관을 계속 유지하도록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된다.

국내에선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교통안전 프로그램이 아직 개설되지 않아 아쉽다. 2020년경 노인이 전체인구의 15%에 이르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설 전망이므로 노인의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면허관리 체계 및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분석센터 소장)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정보화(건설교통부 화물운송과장)

▽특별취재팀〓윤정국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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