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사주 소각" 비장한 삼성전자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6분


삼성전자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00만주, 우선주 40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18일부터 3개월간 자사주를 매입한 후 ‘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각할 예정. 이번 자사주 매입은 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단기적으로는 반등〓자사주 매입 소식이 알려진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6500원 오른 15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평. 증권가에선 이번 발표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지탱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들이다.

현대증권측은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PC업체들의 높은 D램 재고, 미국 인텔사의 펜티엄Ⅳ 출시 지연, 윈도 2000에 대한 수요 부진 등으로 D램 가격이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도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내년 수익성 하락에 대한 잠재 리스크를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해 주가 반등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사주 매입의 효과〓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95년 2월과 11월, 96년 3월에 이어 이번이 4번째. 하지만 규모도 그렇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에서도 이번 자사주 매입에 담긴 의미는 비장하다. 하지만 더 이상 주가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삼성측의 의지에 대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올들어 증시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자사주 매입 발표가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기대만큼 주가가 오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소각까지 밝힌 것도 올해 2월 새한정기를 시작으로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달 20일 시중 유통물량의 절반 가까운 800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던 기아자동차의 경우 전날 6800원이던 주가가 발표 당일에는 650원(+9.56%)이 올라 74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약발은 하루도 못가 다음달 750원이 빠졌고 그 다음날에는 730원이 또 떨어졌다. 이후 약 1개월 동안 6000원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원은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따른 효과도 크게 달라진다”면서 “부채 비율이 낮고 수익성이 우수하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소규모 기업이 큰 폭의 주가 하락에 대응해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에 주가 부양 효과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