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러관계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지난달 30일로 수교 10주년을 맞은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근 더욱 ‘불편한 관계’로 돌아선 듯해 안타깝다. 2년전 우리 외교관을 추방까지 했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한 이한동(李漢東)총리의 푸틴대통령 면담마저 거절했다.

어느 나라 총리든 방문국의 국가원수를 면담하는 것은 의전상 당연한 절차요, 예의에 속하는 문제다. 그러나 크렘린측은 이총리의 푸틴 면담 신청을 접수해 놓고도 방문 마지막날까지 그 일정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렘린측은 푸틴의 바쁜 일정을 이유로 댔지만 실제는 러시아측의 우리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작용한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이던 푸틴의 방한(訪韓)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총리의 이번 방문도 사실은 지난달 뉴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난 푸틴이 자신의 방한문제 등 현안은 양국 총리회담에서 논의토록 하자는 제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총리는 정작 푸틴을 만나지도 못했고 푸틴의 방한문제는 다시 다음달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실무진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이미 7월 평양을 방문한 바 있는 푸틴이 이처럼 서울 방문을 꺼리는 것을 보면 양국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가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이미 여러 차례 표명됐다.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4자회담에 들지 못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왔다.

또 우리의 방위산업에 어떻게 하든 진출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도 이총리에게 러시아제 잠수함을 구매해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기체제 등의 이유로 긍정적 대답을 줄 수 없는 입장이다. 경원선을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는 문제 역시 우리로서는 아직 확답할 수 없는 입장이고 러시아가 진 15억달러의 채무도 미해결 상태다.

그러나 한―러관계가 이처럼 불편해서는 양국 모두에 좋을 게 없다. 특히 남북한과 북―미(北―美)관계의 급속한 진전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4강과의 관계를 더욱 조화롭고 균형있게 유지해야 한다.

러시아도 우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동북아에서의 외교 경제적인 영향력은 감소될 것이다. 한―러 양국이 긴 안목으로 현재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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