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시영/ASEM을 對유럽 협력강화 기회로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37분


서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19일 개막한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 일본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아시아 10개국과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만큼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앞으로 21세기 세계의 역사가 아시아와 북미, 유럽의 3대 축을 중심으로 전개돼 나간다고 전망할 때 3각 관계에서 가장 약한 변(邊)을 이루고 있던 아시아와 유럽간의 관계를 ASEM이라는 회의체를 통해 강화해 나가려는 구상은 매우 적절한 것이다. 더구나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아시아 특히 한국으로서는 보다 과감한 다변화를 통해 균형잡힌 범세계적 경영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미래지향적 세계화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에 서울에 오는 유럽정상들은 모두 한국을 새롭게 부상하는 21세기 아시아의 동반자로 중시하는 EU 15개 선진국 대표들이다. EU는 작년에도 한국에 63억달러를 투자함으로써 미국 일본을 능가하는 제1의 투자국으로 자리를 지켰다.

교역에 있어서도 EU는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의 세번째 교역국이며 작년에 한국의 EU에 대한 수출액이 205억달러나 됐을 정도로 제2의 수출시장이다.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미국보다 더 큰 채권국이었던 EU 국가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만기 연장 및 제2선 자금의 지원에 동조했다. 또 EU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91.9%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정치 외교 분야에서도 EU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해왔고 북한과의 정치적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간 직접협상을 촉진하는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

EU는 한반도 핵 비확산 차원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고 한국 정부와의 협의하에 북한에 작년 말까지 약 1억3500만달러, 올해 1900만달러 상당의 식량지원과 500만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EU간 상호이해와 협력관계 강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서울 ASEM을 국가적 행사로서만이 아니라 중요한 중장기적인 외교적 포석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번에 정부가 ASEM의 신규사업으로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ASEM 장학사업, 정보화 격차 해소사업, 세계화에 관한 원탁회의 등을 각각 프랑스 일본 스웨덴 등과 공동 제안한 것은, ASEM을 보다 실질적인 협력사업의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서울 ASEM을 한국이 21세기에 세계무대에서 떳떳하게 행세하며 뻗어나가기 위한 현명한 국가전략과 외교적 포석의 일환으로 파악해 행사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시영(외교부 본부대사·전 외무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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