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셀 코리아' 아닌 '셀 반도체'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27분


한국 증시의 열쇠를 쥔 사람들…, 바로 외국인투자자다.

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즘 우리 증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펀드의 포트폴리오 재편(투자비중 재편)작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재편 방향은 크게 두 갈래.

우선 셀 반도체(Sell Semiconductor) 다.

반도체 정보통신 등을 주로 편입하는 테크노 펀드(기술주펀드)가 최근 반도체 국제시세 하락과 첨단주 실적둔화에 충격을 받고 기술주의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특히 외국인들이 주로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기술주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탓에 한국증시에서 충격은 극대화돼 나타난다. 실제로 올들어 1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순매수 가운데 80% 가량이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등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보유지분 56%중 고작 3%정도 줄였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3개월동안 무려 60%가량 폭락했다. 또 총 11조원의 순매수중 지난달 이후 1조3000억원 가량 순매도했는데도 주가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다른 하나는 셀 아시아(Sell Asia)'다. 미국 달러화가 유럽 및 아시아 주요국가의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세계 투자자금의 흐름이 미국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강신우 템플턴투신운용상무는 "아시아 시장은 유가에 더 민감하다는 특성이 있다" 며 "아시아통화의 급격한 평가절하(환율상승)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자금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투자자금의 미국시장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글로벌펀드의 두 파도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 꼴이 됐다. 교차사격의 접점에 선 셈.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 팔기(Sell Korea)'의 징후는 짙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 팔기라고 보려면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불신하고 신용등급을 낮추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는 것. 그러나 외양은 영락없는 '한국 팔기' 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영영 떠나는 걸까?

당장은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관측.

유가상승 및 기술주 약세 등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내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척될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실정.

현대증권리서치센터 한동욱연구원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는 것 뿐" 이라며 "이 경우 저평가 우량주 매입 차원에서 한국쪽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한때 500선 붕괴▼

13일 주식시장은 무차별적인 해외부문 악재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장후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문이 돌면서 하락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반전으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해외부문 악재=이날 국내 증시를 덮친 해외악재는 △중동지역에 감돈 전운(戰雲) △유가 급등 △미국증시 폭락 등 3가지. 통제불능 의 악재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복공격과 미국 군함에 대한 테리 공격은 국제유가의 급등과 전세계 증시의 동반폭락을 초래했다. 특히 12일 북미현물시장에서 64메가 D램가격이 10% 이상 급락,개당 5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급랭.

미국 다우지수는 12일 사상 다섯 번째의 폭락(3.7%)을 기록하면서 1만포인트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나스닥지수도 6일연속 폭락하면서 3000포인트에 턱걸이했다.

▽국내 증시는 천수답 장세=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가하락을 저지할 수단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직 기댈 것은 중동지역의 해빙 등 해외악재의 해소뿐이다.

템플턴투신운용 강신우상무는 해외악재의 충격이 너무 커 국내 구조조정과 수급 문제는 끼어들 틈도 없어 보인다 고 말했다. 특히 원유가의 초강세는 미국경제의 경착륙(하드 랜딩) 우려를 낳고 있다. 강상무는 미국경제가 급격한 경기하강에 직면할 경우 반도체 통신 등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관련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 으로 우려했다.

▽투매는 자제해야= 반토막 주가(500선) 는 현재 노출된 모든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주가수준이다. 하지만 주식을 사줄 만한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지선을 얘기할 순 없다. 기술적 분석도 의미가 없다. (마이애셋 최남철상무)

최상무는 투자기간을 길게 설정한 투자자들은 지금이 매수기회일 수 있지만, 단기투자자라면 국내외 여건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도 늦지않다 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