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이을용 벼락슛 부천 “준PO 가자”

  • 입력 2000년 10월 4일 23시 26분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감독들이 가장 의지하는 선수는 누굴까.

두말할 나위 없이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의 고참들. 신인들처럼 자신의 기량만 과신하지도 않고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시의적절히 해내는 데는 고참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프로축구 2000 K리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부천 SK와 수원 삼성이 4일 경기에서 고참덕을 톡톡히 보며 한숨을 돌렸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최하한선인 4위에 턱걸이중인 부천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선수는 미드필더 이을용. 강릉상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 한국철도에서 활약하다 상무를 거쳐 98년 부천에 입단한 이을용은 경기 전 이미 조윤환 감독에 의해 이날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특명을 부여받았다.

이임생과 강철 등 팀의 최고참들이 아시안컵 출전으로 빠진 데다 팀의 플레이메이커인 샤리마저 향수병에 빠지며 최근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이어서 늘 꿋꿋이 자기 몫을 다 해온 이을용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

이을용은 이런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을용은 전북 현대와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26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이성재가 골지역 오른쪽으로 찔러 준 공을 드리블한 뒤 전북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가르며 일찌감치 승부의 추를 부천쪽으로 돌린 뒤 아예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결과는 부천의 1―0 승리.

부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33을 기록하며 팀 순위가 2위에서 3위로 떨어진 전북과의 승점차를 4점으로 좁혀 4위를 지키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불씨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또 수원 삼성도 고참 박건하가 전반 37분 처음 골문을 연 뒤 후반 37분 데니스가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울산 현대를 2―1로 물리쳐 골득실차에서 부천에 뒤져 5위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부천과 수원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11일 부천―부산 아이콘스, 수원―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판가름난다.

성남 일화는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우성문이 2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 속에 브라질 용병 조이와 이상윤 김대의가 각각 한 골씩을 터뜨리며 대전을 3―1로 눌렀다. 성남은 이날 승리로 2위로 뛰어오르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성남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95년 이후 5년 만.

전남은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한 채 고졸 출신 2진 선수들을 기용한 안양 LG에 고전 끝에 경기종료 직전 노상래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가까스로 승리했고 부산 아이콘스는 탈꼴찌에 나선 포항과 치열한 화력전 끝에 극적인 한 골 차 승리를 거뒀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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