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세리 ‘상심의 계절’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21분


“박세리(23·아스트라)는 왜 우승을 못하고 있는 거야?”

요즘 많은 국내 골프팬이 갖는 궁금증이자 의문이다. 올시즌 미국LPGA투어 주요 부문 성적(표 참조)을 살펴보면 박세리는 분명히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국내팬들이 느끼는 ‘체감 성적’은 부진 그 자체다. 팬들의 기대 수준이 이미 높아져 박세리가 우승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성에 안차기 때문이다.

올시즌 박세리가 ‘헤매는’ 것 같지만 출전한 대회의 거의 절반인 9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비공식대회 상금까지 포함하면 60만달러가 넘는 거금도 벌어들였다.

하지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2시즌 연속 4승씩을 거둔 박세리 본인은 물론 팬들도 톱10 진입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세리가 올시즌 고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교롭게도 출전 대회마다 첫 라운드가 잘 풀리지 않았다. 허겁지겁 올라가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고 급기야 예선 탈락의 수모도 당했다.

7월초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서는 3, 4라운드에서 68타와 67타로 선전했지만 1타차로 연장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세리는 등 근육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7월 중순 US여자오픈 첫 라운드 3번홀(파5)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쿼드러플보기(기준 타수보다 4타 더친 스코어)를 범할 당시 러프에서 탈출할 때 등 근육에 이상이 왔는데 이후 심한 편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샷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두 시즌보다는 집중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점. 박세리는 지난해 “우승했을 때는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기에 몰두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고백한다. “직전 홀의 실수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 친구와 관련된 각종 ‘입방아’ 등 주변 여건이 골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

문제는 내년 시즌이다.

‘우승 운(運)’이 지독히도 따르지 않자 박세리는 올시즌은 큰 부상없이 마치고 동계 훈련에 심혈을 기울여 내년 시즌을 맞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거 ‘신세를 졌던’ 의리를 저버리지 못하고 11월과 12월에 곱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 가며 고국 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동계 훈련 기간은 한달 남짓밖에 안된다. 고국 무대에 서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은의 뜻’이긴 하지만 내년 시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