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탤런트 김효진 "연기-MC 다 재밌어요"

  • 입력 2000년 10월 2일 16시 29분


오렌지색 옷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니까. 하지만 N세대 스타 김효진은 오렌지색 투피스가 잘 어울렸다. 비슷한 색깔의 아이섀도 역시 옅은 쌍꺼풀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지난 달 30일 MC를 맡고 있는 MBC '생방송 뮤직캠프' 촬영 바로 전에 만난 김효진은 화면에 비치는 것처럼 톡톡 튀면서도 뜻밖에 침착했고 언행이 똑부러졌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은 아니에요. 시간 나면 친구들과 수다떨기 좋아하고 맛있는 거 무지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거든요."

인터뷰 도중에도 핸드폰 벨은 요란스레 울렸고 연신 '깻잎머리'를 매만지며 재잘거리는 게 영락없는 여고 2년생이지만 그는 요즘 3시간 밖에 못잘 정도로 바쁜 몸이시다.

매니저가 그런 근황을 걱정스레 들려주는데 응석을 부릴 것 같았던 김효진은 되레 어른스럽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다'가 아니라 "요즘 여기저기서 찾는 데가 많아 좀 바빠서 그렇다"며 의젓하게 말한다.

지난 해 청량음료 CF로 데뷔해 연예계 생활 1년 밖에 안됐지만 김효진은 여유로워 보였다.

"원래 낯을 잘 가려요. 처음에는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도 어색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연기하고 MC하는 거 다 재밌어요."

연기가 재미있다는 그의 모습은 요즘 MBC 미니시리즈 '비밀'에서 볼 수 있다. 당돌하고 애교가 넘치는 대학 2학년생으로 등장하는데 자신의 실제 모습과 유사한 역할이어서 그런지 곧잘 소화해 낸다는 게 제작진의 귀뜸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RNA'보다는 편해요, 비밀이.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 역할이었거든요. 너무 우울한 캐릭터여서 좀 힘들었어요. 그때는 매번 울어야 했어요."

스스로 연기가 부족한 걸 안다고 고백하는 김효진은 연기에 관한 한 욕심이 많아 보였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녀 답지 않게 상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금방 잊혀지지 않는 생명력 있는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로 드는 인물이 극중 오빠 김민종과 이영애였다. 김민종과는 두 번 정도 호흡을 맞춰봤는데 연기하기가 편하고 배울 점도 많단다.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서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온 '이영애 언니'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거다.

자주 비교되는 같은 10대 여고생 스타 김민희 얘기가 나오자 김효진은 "경쟁자라기보다는 아주 친하게 지내는 언니"라고 한다. 속얘기까지 주고받는 사이다보니 집에 놀러 가서 수다를 떨기도 하는 모양이다.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 그대로가 바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말하는 김효진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건 "다 그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속찬 소리를 했다.

얼마 전만 해도 TV에 나오는 화려한 스타를 보고 같은 또래처럼 열광했던 김효진. 지금 자신의 자리가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녀는 주어진 기회라 믿고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가수가 되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노래와 춤은 별로에요". 끝까지 '연기'를 고집하겠다는 그녀가 어떤 연기자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오현주 <동아닷컴 기자> 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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